[사설] 연이은 몰래 녹음 불법 판결 의미는

2025.03.31 09:10:00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인 ‘1984년’에 ‘빅 브라더(Big Brother)’란 말이 처음 등장한다. 빅 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사회 곳곳을 끊임없이 감시하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했다.

 

1949년에 집필한 소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어디를 가나 CCTV, 스마트폰, SNS 활동 등에 의해 감시당하거나 공개돼 곤란을 겪는 일이 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범죄 예방이나 사건 해결의 긍정성도 있다. 하지만 학부모에 의한 교실 내 몰래 녹음 확산, 교실 내 CCTV 설치 법안 발의가 이어지는 등 학교 현장에서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교실 내 CCTV 설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안전 및 학내 사고 예방과 증거자료 등을 이유로 찬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총이 3월에 실시한 교원 6111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85.6%가 반대했다.

 

반대 이유는 학생 및 교사의 초상권, 사생활권 등 기본권 침해, 오남용 가능성, 불신과 감시의 공간 장소 전락을 꼽았다. 몰래 듣기, 엿보기가 법으로 허용되고 학교에서 용인되는 현실을 상상해보라. 자기도 모르게 잠재적 범죄자나 문제행동자가 되고 초상권과 음성권, 식별정보와 민감정보 모두가 기록·축적되는 것이다. 타인의 스마트폰이나 녹음기에 저장돼 언제든 사법·행정·도덕적 문제 제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통신비밀보호법’이 있다.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해 통신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 말아야 할 행위’ 라는 경고

학교내 불신과 감시 조장 없어야

 

그러나 제3자인 학부모의 교실 내 몰래 녹음을 허용한 법원 판례가 있었다. 이른바 ‘위법성 조각 사유’라는 이유로 녹음 파일을 증거로 채택해 교사에게 정서학대로 유죄를 인정했다. 즉, 형식상 범죄 또는 불법행위지만 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를 인정한 것이다. 학생의 나이가 어리거나 장애를 가진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판결은 지난해 1월 대법원이 뒤집었다. 교실 내 몰래 녹음에 의한 아동 학대 증거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올 2월 12일 서울동부지법도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사건에 대해 수업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이며, 법에 근거 없는 감청은 재판 및 징계 절차 증거자료로 사용 불가함을 명확히 하며 해당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엇보다 위법성 조각 사유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눈에 띈다. 서울동부지법은 통신비밀보호법, 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에 의한 감청이 아닌 상황에서 위법성 조각 사유를 확대 인정한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 위법성 조각 사유 근거에 대한 확장 해석을 경계한 것이다.

 

대법과 고법이 잇따라 내린 판결은 교실 내 몰래 녹음에 대한 불법성과 하지 말아야 할 행위임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5월 13일 수원지법 2심 판결 예정인 유명 웹툰작가 학부모의 몰래 녹음에 의한 특수교사 정서학대 고소 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몰래 듣기, 엿보기 없는 세상, 학교에서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번 판결로 위법성이 더욱 명확해져 몰래 녹음이 없어지길 바란다.

 

 

한국교육신문 jebo@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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