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엘리트들을 길러낸 우리 교육에 대한 성찰

2025.04.07 11:11:46

우리는 유치원 과정에서 이미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기초적인 예절과 올바른 행동규범을 다 배운다. 유치원 과정에 있는 아이들을 보면 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어디를 갈 때면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는 크게 놀라며 “어, 지구가 아픈데...” 라며 걱정 어린 말을 자주 한다. 이에 “그러게, 누가 함부로 쓰레기를 버렸을까? 지구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네”라고 맞장구를 쳐준다. 이는 간단한 사례에 지나지 않지만 아이들은 이렇게 유치원에서부터 꼭 필요한 것을 배우며 성장한다. 그들은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이는 의도적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정직’ 교육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이 나이를 먹으며 세상에 오염되어 간다. 그것은 바로 온갖 거짓말로 자신의 안녕과 출세, 성공을 도모하려는 본성 때문이다. 잠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하거나 많이 하는 직업군을 생각해 보자. 과거부터 그 족보를 파헤쳐보면 언뜻 연예인, 상인, 재벌, 변호사 등이 쉽게 떠오르지만 요즘은 정치인을 대적할 수 없다. 그만큼 정치인들은 대부분 일상에서 밥 먹듯이 크고 작은 거짓말에 익숙하다. 그것도 거의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말이다. 이 시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를 부정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잠시 웃픈 일화 하나를 기억해 본다. 과거에 어느 정치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재미난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정당 대표나 주요 정치인들이 공개적인 자리서 3번 이상 거짓말 하면 퇴출시키는 삼진아웃제를 적용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모아보자”고 말했다. 이는 정치인들은 직업이 거짓말 잘하기라고 말할 정도로 입만 열면 말 바꾸기, 말 뒤집기, 말 부인하기를 습관적으로 하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어느 정치인은 국정 질문에서 평균적인 한국인보다 더 정직해야 할 의무를 가진 전 대통령을 ‘입벌구’라고 호칭하며 ‘입만 열면 구라’라는 사실을 널리 소개했다. 이는 지극히 모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화는 현재로서는 결코 웃어넘길 사항이 아닐 정도다. 이제는 거짓말을 못하는 정치인은 바보이거나 지나치게 순진한 자로 어느 면에서는 정계에서 ‘별 볼일 없는 자’로 간주될 지경에 이르렀다. 소위 거짓말하기에 ‘누가 더 잘 하나’ 장기 자랑을 연상하듯 거침없이 쏟아내는 거짓말은 국민들을 웃기고자 의도하는 개그 콘서트나 코미디 프로그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는 지금도 ‘거짓말에 살고, 거짓말에 죽는’ 정치인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 확산되고 있다. 이게 다 한국 사회가 제도적으로 거짓말에 지나치게 관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요즘에 이르러서는 일상적으로 국무위원들이나 고위 공직자들, 엘리트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심각성은 정도를 넘어 국민을 분노케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옳다는 확증편향에 의해 이렇다 할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이 없이 태연하게 정치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거짓말을 해댄다. 이는 기회주의자의 난무를 부추긴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사람에 따라서는 청문회나 법정에서 자신이 거짓말을 할 것이 두렵고 나중에 위증 처벌이 걱정되어 (증인)선서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는 최소한의 양심은 살아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역대 어느 대통령은 선거 당시에 “나는 거짓말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언젠가 들통 날 것을 왜 저렇게 감추나 싶어서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자신이 연류되거나 사실임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서 오히려 “여러분, 이거 다 소설인 거 아시죠?” “소설 쓰는 겁니다”라고 반복해 말하기도 했다. 이에 어느 유명 작가는 문학예술인 소설을 ‘거짓의 대명사’로 모욕했다고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그는 퇴임 후에 사법부에 의해 옥살이를 당했다.

 

거짓말의 문제는 미국의 경우 우리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다루고 처벌하고자 한다. 1990년 말 빌 클린턴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 때 드러난 사실이 그를 방증한다. 클린턴은 연방대배심 앞에서 “성적(性的)인 관계는 없었다”고 말했다가 위증과 사법 방해죄로 처벌을 받을 뻔 했고, 실제로 미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됐다. 탄핵 사유는 인턴 직원과 맺은 성적 접촉이 아니라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거짓을 단죄하려는 미국의 이런 사례는 미국에서 “거짓말쟁이”라는 비난은 더없이 모욕적으로 간주된다.

 

이제 한국의 경우 정치인의 삼진아웃제를 다시금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결코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이를 법제화하는 것이 최상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정치인들의 거짓말 내용과 횟수, 그로 인한 피해상황, 전체 순위 등을 망라한 ‘정치인 거짓말 리스트’를 만들어 매년 또는 선거 때마다 언론과 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우리가 정치인들의 거짓에 속아 지도자를 잘못 뽑는 바람에 국가와 지역사회가 입는 엄청난 혼란과 손실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개혁은 허위와 거짓말에 대한 저항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 했다. 미래 세대인 우리의 아이들이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현혹되거나 거짓말임이 밝혀져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특권을 누리며 국민 위에 군림하며 살아가는 몰염치한 행태를 보면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서두에서 ‘지구를 아프게 한다고 철썩 같이 믿는’ 아이처럼 정치를 하려면 신뢰가 필요하고 신뢰를 얻으려면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식을 고취해야 한다. 이는 곧 정치인의 거짓말은 반드시 처벌됨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이제 우리 교육이 배출한 거짓말에 능숙한 엘리트들을 보면서 깊은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함부로 거짓말을 일삼는 그들을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이제 그들이 스스로 커다란 자정(自靖)작용이 없는 한 어려서부터의 철저한 정직 교육에 의해 정치문화, 사회문화를 개혁하는 것만이 건강한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과제라 믿는다. 이제는 거짓말에 의해 한없이 커져가는 ‘피노키오 인간’들의 코를 멈추게 할 때가 되었다. 볼썽 사나운 피노키오의 모습을 아이들에게서 멀리 떼어 놓는 교육이 널리 이루어지길 고대한다.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hak0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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