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벽 칼럼]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 

2025.04.09 10:00:00

우리나라가 왜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는가, 챗봇이 정답을 말해줍니다. “한국은 자원 부족 국가이므로, 인적자원의 질적 향상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성장을 이끌어야 합니다.”
그러나 챗봇의 답은 참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챗봇은 그저 우리가 흔히 입버릇처럼 해온 논조를 답습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말해왔지요. 우리는 땅 농사지어서 잘 살 수 없으니 자식 농사라도 잘 지어야 한다고요. 자원강국이 아니면 인재강국이라도 되어야 한다는 논조이지요.


그러나 인재강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아쉬운가를 보여주는 사건이 최근에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습니다. 저는 2025년 3월 1일에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린스키와 미국 대통령 트럼프 간 정상회담을 보면서 인재강국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곡물 창고이며, 희귀 광물을 보유한 자원강국입니다. 땅에 매장되어 있는 자원의 가치는 무려 38,000조 원이라고 하니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러시아는 이런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고, 미국은 그 엄청난 자원 일부에 대한 소유권과 개발권을 조건으로 휴전 협상을 맺어 주겠다고 합니다.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군사 지원 중단마저 마다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둡니다.


협상 내용과 결과가 누구에게 이득이고 손해인지, 기존의 세계 질서를 파괴하는 것인지 새롭게 개편하는 것인지, 지정학적으로 현명한 것인지 우둔한 것인지 많은 정치외교 전문가들이 다양하고 심지어 상반된 해석과 예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저는 누가 옳은지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이 칼럼이 게재될 쯤에는 부디 전쟁이 종식되어 매일 사람들이 죽는 비극이 끝나고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제가 주목하고 교훈을 얻은 건 정상회담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전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된 협상 자리에서 어떻게 일국의 정상에게 그토록 모욕을 줄 수 있을까요. 우크라이나가 배은망덕하다고 인신공격하고, 가진 게 없다고 거지 취급하고, 입 다물고 내 말 들으라며 호통치고, 내 뜻에 동의하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을러댑니다. 미국 부통령마저 공격에 가담하니 이건 협상이 아니라 협공이었습니다. 아~ 우크라이나가 아무리 약자의 처지에 놓여있지만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요.


우크라이나는 자원강국이지만 머리를 조아리라고 노골적으로 강요당하는 약소국가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천연자원의 유무로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회담을 보면서 왜 한국이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는지 온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회담을 보는 내내 제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조여왔고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당당하게 맞서는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처지에 우리나라 모습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아,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도 같은 수모를 당하지는 않았을까. 오늘날 우크라이나와 다를 바 없는 처지에 놓였던 1952년도 한국전쟁 중에, 1965년도 베트남전쟁 중에, 2003년도 북핵 위협 중에도 그랬을 법합니다. 물론 이번처럼 대놓고는 아니어도 비공개 회담에서 우리 대통령들도 상당한 압박과 처절함에 시달렸을 것 같습니다.


이제 한국이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 정립해야 하겠습니다. 단지 땅을 일구는 것으로 부족해서 부득이 인재라도 양성해야 먹고 산다? 아닙니다.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저 먹고사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인재강국이 되어야 외세 침략으로부터 지켜내어 수치와 수탈을 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재강국이 되어야만 나라와 민족과 문화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아주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자원이 우리만큼 빈약하고 사방팔방 온통 적대적이고 호전적인 국가들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끄떡없습니다. 오히려 주변 국가들을 위협할 정도의 국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계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국가 아젠다를 일방적으로 밀고 나갈 정도의 배포도 있고 배짱도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라는 엄청난 배후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시하지 못할 큰 요인은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 인재강국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대 기술 국가이며 창업 국가입니다. 특히 사이버 안보와 국방 산업은 글로벌 리더입니다. 세계 최강의 정보력·협상력·로비력을 지녔으며 세계 곳곳에 자금 흐름과 미디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재가 많습니다. 국내만이 아니라 국외에 유대계 인재들이 과학기술과 경제 분야에서, 그리고 예술과 문화 분야에서 압도적인 장악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강 미국도 무시하지 못할 인재강국인 것이지요.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세계 최고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이스라엘보다 더 큰 인재강국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이스라엘보다 수백 배 더 험난하고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을 에워싼 국가들은 시리아·이집트·이란과 레바논 등 기껏해야 중동 지방 4강과 그들의 지원을 받아 박격포탄으로 위협하는 이웃 팔레스타인입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국가들은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전 세계 4강과 자체 개발 핵폭탄으로 위협하는 이웃 북한입니다.

 

인재강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니, 이제 방법만 알면 됩니다. 이 역시 챗봇이 말해줍니다. 첫째, 과학기술 및 디지털 기반 인재양성. 둘째, 창의적 교육과정 및 환경 조성. 셋째, 사업 맞춤형 인재양성. 넷째, 국제화된 교육시스템 도입. 다섯째, 경제적 지원 확대.
이 어느 하나도 금시초문인 게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들었던 내용입니다. 그럼 왜 우리는 아직도 우크라이나처럼 국가의 존치가 풍전등화처럼 아슬아슬할까요. 왜 우리는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나요.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말과 행동이 다릅니다. 말은 과학기술인데 행동은 탐구와 토론 대신 암기와 정답을 추구합니다. 말은 창의적 교육인데 모험가는 탈락하고 모범생이 우승합니다. 말은 사업 현장 맞춤형인데 교육기관 맞춤형으로 진행됩니다. 말은 국제화인데 내수용이 양성됩니다. 말은 경제적 지원인데 규제적 지시가 숨 막힙니다.

 

이제는 방법을 몰라서 실천 못 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누구라도 다 아는 것을 누가 먼저 실행하는가에 승패가 갈립니다.
실행에는 단 한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남이 해줄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남이 먼저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안 됩니다. 실행이란 내가 움직이는 것입니다. 내가 나선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겠지요. 하지만 나라도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나서야 합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요. 말과 행동을 일치시킵시다. 그래서 인재강국이 됩시다.

부디 우리 학생들이 ‘인격을 완성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하여 민주국가 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상실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는 우리 한국의 교육이념이 실행되길 바랍니다.

조벽 고려대학교 석좌교수/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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