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강의로 이어주는 섬 학교 학생의 꿈

2025.06.02 01:39:48

인천온라인학교 수업 공개

최북단 백령고 일본어 강좌
쌍방향 표정·음성 전달 또렷
200㎞ 거리, 대면 못지않아

교사 열정에 늘어나는 혜택
“소외된 곳 교육 노력 보람…
강의실, 교사 부족 해결돼야”

 

지난달 29일 오후 2시20분경 인천온라인학교(인천 부평구) 3층 강의실,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 백령도 소재 백령고 3학년 학생 10여 명이 대형 모니터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박세진 교사의 ‘일본어2’ 수업을 받기 위해 약 200㎞ 떨어진 곳에서 원격으로 입장한 것이다.

 

학생들은 박 교사의 지도에 따라 ‘원피스’, ‘최애의 아이’, ‘명탐정 코난’ 등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역할을 맡아 각자의 대사를 말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얼굴은 표정 하나하나 잘 살필 수 있었고 발음 역시 또렷하게 들렸다. 먼 거리에서도 주고받는 내용이라고 여기기 어려울 만큼 원활히 진행됐다. 2년 전 개교 당시에는 간혹 네트워크상 문제가 생겼으나 꾸준한 성능 개선으로 그런 일은 이제 거의 없다.

 

“○○야 억양을 좀 더 넣는 것이 좋겠어.” “○○야 학기 초보다 발음이 훨씬 좋아졌다."

 

올 3월부터 백령고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만나고 있다는 박 교사는 학생들과 꽤 친한 듯했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불러가며 피드백을 주는 모습은 한 교실 내 수업을 방불케 했다. 온라인 수업이라 일방적 강의로 이뤄질 것이라는 선입견은 날아갔다.

 

온라인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역할은 ‘담임교사’, 교실에서 학생을 담당하는 역할은 ‘관리교사’다. 둘의 호흡이 잘 맞아야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하다. 이날 김채연 관리교사(백령고)는 크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학생 옆에서 충실히 지원하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섬 지역의 한계 때문에 배울 수 없었던 내용을 수업 시간 안에 충분히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자신감도 도시 학생 못지않다.

 

관광 분야 진로를 목표로 정한 안희수 학생은 “섬이라 일본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는 데다 학교에서도 과목 개설이 안 된 상황이었지만 이제 가능해졌다. 진로와도 연계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온라인학교가 마련한 오프라인 행사 ‘온마음 리더십 프로젝트’에도 참석하게 돼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온라인학교로 발령받은 후 수업 준비에만 집중하면서 소외된 지역의 학생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조정임 인천온라인학교 교감은 “교사들은 대면수업 못지않은 온라인수업을 만들기 위해 늘 고심하는 중”이라며 “학급마다 ‘온라인 담임교사’로 책임감 있게 가르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온라인학교는 인천갈산초의 4층 규모 별관 중 1~3층을 사용하며 8개 강의실을 운영 중이다. 교사는 기간제 포함 총 20명으로, 32개 학교 2003명 학생(중복 포함) 대상으로 68과목 116강좌를 소화하고 있다. 매일 ‘풀’로 돌리지만 강의실과 교사 부족으로 모든 신청을 다 받지 못한다.

 

다행히 조만간 4층까지 사용할 수 있어 강의실 6개 정도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교사 추가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목마다 편차가 심해 일부의 경우 채용 공고를 6차까지 냈음에도 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섬 지역 등 지역적 한계에 놓인 학생이라면 단 1명에게 필요한 강좌라도 개설한다. 교사자격증이 없는 시간강사까지 문호를 개방해 정식교사와 코티칭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홍지연 인천온라인학교 교장은 “교육당국의 전폭적 지원, 교사들의 열정 덕분에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다”며 “더 많은 학생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학교란?

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을 방송‧정보통신 매체 등을 활용한 시간제수업으로 원격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각종학교로, 17개 시·도의 공립 온라인학교(세종 9월 1일 개교 예정 포함)가 고교학점제 선택과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신소재·신성장 산업 등 과목 수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과목들을 개설하거나, 관내 고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을 요청받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소인수 선택 등으로 개설이 어려운 과목, 특색있는 교육과정 지원을 위한 과목, 산간‧도서벽지 등 교원 수급이 어려운 소규모학교의 신청을 받아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한병규 기자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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