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어가는 봄의 끝자락. 초록빛 산세가 어우러진 황지천의 굽은 길을 따라가니 학교 입구에 전투기 한 대가 서 있다. 병풍처럼 펼쳐진 높은 산과 천의 자연을 품은 곳. 대한민국 항공기 정비교육의 산실, 한국항공고등학교다.
5일 강원도 태백에 위치한 한국항공고(교장 문명호)에서 특별한 하루가 열렸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가 배려와 소통으로 하나되는 ‘2025 KAHS 교육공동체 행복의 날’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 행사는 ‘협력과 소통이 행복이다’를 주제로 지역사회와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획됐다.
한국항공고는 존립 자체가 어려웠던 시골 학교다. 그러나 학교장과 교사들을 비롯한 교육공동체가 포기하지 않고 학교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작년에 학교명을 한국항공고로 개편했고 미래 전망이 밝은 항공정비시스템과도 신설했다. 문명호 교장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한 결과 이제는 전국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가 됐다”며 “지역도, 성향도 다른 학생들이 모여 기숙 생활을 하다 보니 공부도 중요하지만 소통과 인성함양 쪽으로 학교 운영에 방점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는 5개 테마로 나누어 진행됐다. 테마1은 1학년 학생들을 축하해주기 위한 ‘입학 100일 떡 나누기’, 테마2는 ‘교육공동체와 CEO와의 소통의 시간’, 테마3은 ‘가죽을 이용해 나만의 스타일로 만드는 핸드폰 케이스 제작’, 테마4는 항공기술교육원의 ‘가족형 체험 투어’, 테마5는 공동실습소 카페에서 설명회 및 식생활교육실에서의 ‘화합형 식사 시간’ 순으로 채워졌다.
특히 학부모가 학생들의 수업 환경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가족형 체험 투어’인 항공 시뮬레이터 교육이 인기를 끌었다. 학부모가 학생과 함께 헬리곱터에 탑승해 파노라마 스크린에 펼쳐진 항공 영상을 보며 기체의 흔들림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학부모 박춘미 씨는 “선생님들께서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잘 모른다”며 “이런 행사를 통해 생활 환경을 볼 수 있고 선생님들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며 신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2학년 강민성 학생은 “부모님들도 오시고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함께 하니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것 같다”며 “즐겁게 생활하며 항공기 정비사로서의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1학년 김태림 학생은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런 행사를 체험해보니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더욱 커졌다”며 “부모님과 함께해서 좋고 선생님들과 친구들 모두 밝은 분위기에서 생활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최근 발생한 여러 교권침해 사건으로 침울하고 무거워져 있는 교직사회에 희망을 찾는 교사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박영훈 교사는 “요즘 우리 모두의 학교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 마음 아파 진정한 교육공동체를 생각하며 기획하게 됐다”며 “소통이 많아지면 구성들 간의 문제가 줄어드는 만큼 교육만을 생각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작은 발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