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위례초(교장 박용구) 운동장에서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아이들의 웃음과 함성이 번진다. 체육 수업 시간이 아니어도 공은 굴러가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뛰고 멈추고 다시 뛴다. 농구부는 패스 연습으로 호흡을 맞추고, 풋살부는 짧은 미니게임을 통해 전술을 익힌다. 어느 교실의 한편에서는 스포츠스태킹부 학생들이 손끝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기록에 도전하고, 체육관에서는 티볼부 아이들이 방망이를 쥔 채 스윙 자세를 가다듬는다.
서울위례초에서 운영 중인 농구, 풋살, 추크볼, 티볼, 스포츠스태킹 등 5개 스포츠클럽은 이제 이 학교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스포츠클럽은 하루를 구성하는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학교 안에서 운동은 더 이상 특정 시간에만 허용되는 활동이 아니라, 생활의 리듬 속에 스며들어 있다.
최근 교육부와 체육 관련 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기초 체력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하락해 왔다. 왕복 오래달리기, 근지구력, 유연성 등 주요 체력 지표는 전반적으로 낮아졌고, 학생 비만율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치보다 더 분명한 것은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다. 쉽게 지치고, 오래 뛰지 못하며, 몸을 쓰는 활동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이 현상을 단순한 체력 문제로 보지 않는다. 신체활동 감소는 정서 안정, 또래 관계 형성, 학교 적응력, 학습 집중도와도 깊이 연결돼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실내 중심 생활이 고착되면서 아이들의 일상에서 ‘움직임’이 빠르게 사라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서울시교육청이 학교스포츠클럽을 핵심 학교체육 정책으로 재정립한 배경이기도 하다.
서울위례초가 스포츠클럽 운영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학교는 ‘잘하는 아이 중심의 체육’에서 벗어나, 모든 아이가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운동이 소수의 재능 있는 학생만의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경험해야 할 학교생활의 일부라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방향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2025학년도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운영 계획'과 맞닿아 있다. 해당 계획은 학교체육을 ‘선발 중심’에서 ‘참여 중심’으로 전환하고, 교내대회–교육지원청 예선–본선대회로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학생들의 건강과 인성, 공동체 역량을 함께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위례초의 스포츠클럽은 이 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서울위례초 스포츠클럽 운영의 배경에는 인적·물적 인프라가 있다. 체육활동에 깊은 관심과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교사들이 꾸준히 협력하며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왔으며 이에 더하여 초등학교 체육 행정의 전문가인 박용구 교장은 체육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여기에 강동구보건소와 연계한 ‘움직이는 교실, 건강한 학교’ 사업, 의료기관과의 협력 등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이 더해지면서 학교체육은 교문 밖으로 확장됐다. AI 스마트 건강관리교실, 초록광장, 하늘광장, 소체육실 등 다양한 체육 공간은 아이들의 움직임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최적의 물리적 기반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환경은 체육 수업뿐 아니라 방과후 활동, 쉬는 시간, 점심시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서울위례초 학생들에게는 운동이 ‘계획된 활동’이 아니라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종목의 다양성이다. 농구와 풋살 같은 전통적인 팀 스포츠뿐 아니라, 추크볼, 티볼처럼 안전성을 강화한 종목, 스포츠스태킹처럼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활동까지 다양하게 포함돼 있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이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서 지정 종목과 자율종목을 병행 운영하며 학생 선택권을 넓힌 취지와도 맞물린다. 운동에 자신 없는 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둔 것이다.
실제로 스포츠스태킹이나 티볼을 통해 운동에 흥미를 붙인 학생들이 이후 농구나 풋살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참여 경험이 또 다른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티볼부를 한 예로 살펴보았다. 티볼은 운동 경험이 적은 학생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종목으로, 안전 중심의 활동이 특징이다. 김현규 지도교사는 티볼의 교육적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공을 잡거나 던지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아이들이 많아요. 하지만 몇 번 경험하고 나면 자신감을 갖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기게 되지요"
그는 스포츠클럽 활동에서의 '승패'보다 '팀워크'와 '협력'의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아이들이 서로를 믿고 기다리는 경험, 친구의 실수를 격려하는 경험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참는 법, 양보하는 법, 협력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또한 티볼부 활동이 학교 생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스포츠클럽에서 자신감을 얻은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친구 관계도 좋아집니다. 운동장에서 배운 태도와 협력 경험이 자연스럽게 교실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밝혔듯이 서울위례초가 운영 중인 스포츠클럽은 농구, 풋살, 추크볼, 티볼, 스포츠스태킹까지 모두 다섯 종목이다. 하지만 종목 수보다 인상적인 것은 참여 학생의 폭이다. 체육에 능숙한 아이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운동이 싫었다”던 아이들이 더 자주 눈에 띈다.
"공 하나로 하나가 됐죠"
현장에서 본 서울위례초 스포츠클럽(농구부)의 성장, 지도교사 인터뷰
“패스! 패스!”
20일 토요일 아침, 서울특별시강동송파교육지원청 주관 '스포츠클럽 3X3 대회'가 열린 A중학교 체육관 안에는 학생들의 외침과 농구공이 바닥을 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4월부터 운영된 서울위례초 스포츠클럽 농구부는 이날 진행된 3대 3 농구 경기를 끝으로 마지막 활동을 마쳤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웃음을 터뜨리거나 팀원 서로를 격려했다. 필자가 직접 찾아가서 확인한 스포츠클럽 활동의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활기차고 생동감 넘쳤다.
올해 스포츠클럽 농구부를 지도한 박준호 부장 교사는 코트 가장자리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코칭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차분한 성격의 박 교사였다. 하지만 농구경기장에서는 너무나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단 한 순간도 선수들의 동작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자신의 작전을 수시로, 끊임없이 코트안으로 전달했다.
박 교사는 현재 초등교사들로 구성된 농구 동아리 'SNUE(서울교대) OB'를 이끌고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학교 체육관을 대관하여 교사들끼리 자발적으로 농구경기와 친목활동을 병행한다. 그의 농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농구부 학생들에게 녹아들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지도교사가 좋아하는 운동을 학생들과 함께 공유하는 일은 교사와 학생들 모두에게 너무나 값진 일이었을 것이다.
생각컨데, 학생들은 농구를 통해 학교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경기 속에서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를 자연스럽게 배워 나갔을 것이다. 특히 오늘처럼 소규모 팀으로 운영되는 3대 3 농구경기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참여와 책임을 요구해 팀워크의 중요성을 더욱 분명히 느끼게 해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박 교사는 스포츠클럽 운영을 통해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로 학생들의 태도를 꼽았다. 경기 중 실수를 하더라도 탓하기보다 “괜찮아, 다시 하자”는 말이 먼저 나왔고, 이는 교실 안 관계로까지 이어졌다.
“스포츠클럽을 운영한 5·6학년에서는 올해 학교폭력 사건이 한 건도 없었습니다. 운동 안에서 배운 배려와 존중이 생활 속에서도 이어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첫 스포츠클럽 지도 경험은 박 교사에게도 도전이었다. 특히 농구 기본기를 올바르게 익히도록 지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교사 역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미숙했던 점도 많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배우며 성장했습니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더 잘 준비해서 스포츠클럽을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경기가 끝난 체육관 바닥에는 땀자국과 함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오래 남아 있었다. 3대 3 농구경기를 통해 하나가 된 위례초 스포츠클럽은 이렇게 또 하나의 계절을 마무리했다.
스포츠클럽은 기술을 익히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생활 교육의 장이다. 규칙을 지키는 법, 기다리는 법, 함께 끝까지 가는 경험은 교실 수업으로도 이어진다. 운동장에서 얻은 자신감이 교실에서의 태도 변화로 연결된다는 이야기는 위례초 농구부의 사례처럼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서울위례초 스포츠클럽은 운동의 일상화를 넘어, 아이들의 건강, 사회성, 자신감을 키우고, 정책과 현장을 연결하는 교육 혁신 현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체육관과 운동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웃음소리는 그 가치를 증명하는 작은 울림이다.
아이들이 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경험이 쌓일수록 학교는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 된다. 서울위례초에서 시작된 스포츠클럽의 일상화는 서울교육이 지향하는 학교체육의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