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과 문학] “하얀 목련이 뒤덮어야 진짜 봄”

2026.04.08 10:00:00

 

2024년 동인문학상을 받은 김기태 이름 앞에는 ‘한국문학의 가장 뜨거운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작품을 낼 때마다 주목을 받으며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을 받았다. 이제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낸 작가치고는 이례적인 관심과 찬사를 받는 것이다. 신인 작가의 경우 여성이 대세인 시대에 귀한 남성 작가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엔 단편소설 아홉 편이 실렸다. 공통점이 있다면 현실적인 소재와 주변에서 본 듯한 평범한 인물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것도 쓸 수 있구나’,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그의 소설은 재미있다. 그가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를 대중가요와 인터넷 유행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그 속에 삶의 의미를 담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소설에선 꽃이나 나무, 식물이 잘 나오지 않지만, 첫 소설집 곳곳에서 목련이 나오는 것이 특이하다.

 

우선 표제작 ‘두 사소설집 곳곳에 목련 배치람의 인터내셔널’은 진주와 고려인 가족 출신인 니콜라이라는 가난한 변두리 연인들 이야기다. 두 사람은 중학교 교무실에서 같이 등록금 독촉장을 받으며 처음 마주했다. 두 사람이 처음 교무실에 갔을 때 목련이 피어 있었다. 목련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지만, 목련임이 분명하다.

 

교문에 들어서서 걷는 길에는 흰 꽃이 피는 나무들이 있었다. 나무의 이름은 몰랐으나 때가 되면 바람에 흩날리는 희고 풍성한 꽃잎들은 기억에 남았다. 그런 따뜻한 봄날의 오후였다. 두 사람은 교무실에 나란히 섰다. 3학년이 되어 처음 같은 반에 배정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담임교사는 두 사람에게 각자의 이름이 적힌 흰 봉투를 줬다.

 

보편 교양’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고 있다. 아랫글에 나오는 ‘하얗고 부드러운 꽃잎들’은 목련 꽃잎일 것이다.

 

4월이 되자, 완연히 따뜻해진 날씨에 꽃나무들이 만개했다. 고전읽기 교실은 2층이라 창밖으로 손을 뻗으면 하얗고 부드러운 꽃잎들을 손으로 만질 수도 있을 듯했다. 교실 안으로 고개를 돌리면 엎드려 자거나, 휴대전화를 보거나, 다른 과목 문제집을 풀고 있는 학생들이 한가득 보였다. 곽은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감사하려고 했다.

 

4월 초 교정에 피는 하얀 꽃은 목련일 것이다. ‘롤링 선더 러브’에서 주인공이 출연한 데이트 예능은 마당에 하얀 꽃들이 가득할 때 촬영했다.

 

‘솔로농장’ 19기 녹화 첫날. 미풍을 맞으며 맹희는 펜션 앞마당에 입장했다. 마당을 둘러싼 나무들에 하얀 꽃이 가득했다.
“남쪽이라 목련이 빨리 피었나 보다.”


주인공 담당 PD는 속마음 인터뷰를 딸 때 ‘펜션 뒷마당의 풍성한 목련나무 아래’에 주인공을 앉혔다. 주인공은 ‘벤치에 등을 기대고 까만 밤하늘과 하얀 목련을 올려다보니 가슴이 트였다.’ 하나 더 있다. ‘로나, 우리의 별’이라는 단편에서 케이팝 스타 로나가 낸 정규 2집 앨범 제목이 ‘목련’이고, 로나의 열성팬 중 하나는 ‘목련러너’였다.


이처럼 그의 소설 곳곳에 목련이 많이 나오지만, 이 목련이 소설에서 주요 소재나 상징으로 쓰인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자주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목련은 주변에 흔한 꽃이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평범한 꽃인 목련도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김기태(1985년생)는 30대 후반인 2022년에야 뒤늦게 등단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문득 ‘이렇게 그럭저럭 살다 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안 써도 죽지는 않을 테니 대신 자유롭게 쓰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의 이런 생각은 소설 곳곳에 자유분방한 문장과 스토리로 나타나는 것 같다.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
목련(木蓮)이라는 이름은 연꽃 같은 꽃이 피는 나무라고 붙인 것이다. 우리가 도시공원이나 화단에서 흔히 보는 목련의 정식 이름은 백목련이다. 백목련은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자라긴 했지만, 중국에서 들여와 관상용으로 가꾼 것이다. 이름이 ‘목련’인 진짜 목련은 따로 있다. 더구나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자생하는 우리 나무다. 진짜 목련이 중국에서 들어온 백목련에 이름을 빼앗긴 셈이니 억울할 법하다.


목련은 백목련보다 일찍 피고, 꽃잎은 좀 더 가늘고, 꽃 크기는 더 작다. 백목련은 원래 꽃잎이 6장이지만 3장의 꽃받침이 꽃잎처럼 변해 9장처럼 보인다. 목련 꽃잎은 6~9장이다. 또 백목련은 꽃잎을 오므리고 있지만, 목련은 꽃잎이 활짝 벌어지는 특징이 있다. 목련에는 바깥쪽 꽃잎 아래쪽(기부)에 붉은 줄이 나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목련엔 보통 꽃의 기부에 1~2개의 어린잎이 붙어있어 백목련과 구별할 수 있다. 백목련에는 꽃이 필 때 이런 어린잎이 없다.


자주색 꽃이 피는 목련도 두 종류가 있다. 꽃잎 안팎이 모두 자주색인 목련을 자목련, 바깥쪽은 자주색인데 안쪽은 흰색인 목련은 자주목련이라 부른다.


여름이 시작할 무렵인 5~6월 산에 가면 목련처럼 생긴 싱그러운 꽃을 볼 수 있다. 정식 이름은 함박꽃나무이고, 흔히 산목련이라고도 부른다. 목련은 위를 향해 피지만, 함박꽃나무 꽃은 아래를 향해 피는 점이 다르다. 무엇보다 함박꽃나무는 잎이 먼저 나고 꽃이 피니 목련과 혼동할 염려는 없다. 함박꽃나무 꽃은 맑고도 그윽한 꽃향기가 일품이다.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근처에 함박꽃나무가 있겠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향이 강하다. 함박꽃나무도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다.


이 밖에도 노란 꽃이 피는 일본목련, 꽃의 지름이 20㎝까지도 자라는 상록성 태산목 등도 목련 가족들이다. 일본목련은 이름처럼 일본에서 들여온 나무인데 씨앗이 퍼져 마을 주변 산자락에서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목련에 관한 글 중엔 김훈이 쓴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에세이집 <자전거여행>에서 목련이 피는 모습을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고 했다. 꽃이 피어도 활짝 벌어지지 않는 백목련의 특징을 잘 잡아냈다. 이어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며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이라고 했다.

김민철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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