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반, 6학년 담임교사가 출근하자마자 학부모에게서 문자를 받았습니다. “선생님, 저희 지수가 어제 교과서를 놓고 왔다고 하는데, 학교에 잘 있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1교시 후 쉬는 시간에 또 연락이 옵니다. “선생님, 교과서 찾았나요?”비슷한 연락이 그날에만 3번이 더 이어지더랍니다. 이 학부모는 이 일 말고도 곧잘 연락하는데, 주로 준비물, 과제, 급식, 짝꿍 배정, 체육수업 복장 등에 대한 것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학부모를 만나면 교사는 당연히 지칩니다. 이 정도까지 연락해야 하나, 싶은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학부모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혀 다릅니다. 이게 왜 사소하냐고 오히려 되묻지요. 아이의 학교 생활 전반을 눈으로 보듯 알려달라는데, 그게 왜 문제냐는 식입니다.
부모의 불안, 아이에게 영향 줘
사람마다 느끼는 불안의 정도는 다 다릅니다. 어떤 분은 큰일에도 태연하지만, 다른 학부모는 작은 일에도 일년 내내 불안해합니다. 특히 저학년, 첫째 아이의 부모, 그리고 자신의 불안감이 기본적으로 높은 경우입니다. 스웨덴에서 의미 있는 대규모 연구가 있었습니다.‘여성의 불안-스웨덴 국가 3세대 코호트 연구’가 그것인데, 불안감이 높은 어머니의 자녀는 다른 아이들보다 불안감이 확연히 높았습니다. 더욱이 외할머니와 어머니 모두 불안감이 높은 경우, 자녀 역시 불안감이 높을 확률이 3배나 높았습니다. 즉, 부모의 불안은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대부분의 아이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에도 충격을 받고, 사소한 다툼이나 싫어하는 반찬, 작은 장난에도 큰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힘들어하니 더 불안해지고, 그러면 교사에게 더 자주 연락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를 이해해야 교사의 대응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학부모에게는“그 정도는 아이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또는“너무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쓰시는 것 같아요”라는 말이 전혀 와닿지 않습니다. 교사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조언했음에도 교사가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소통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럴 때는 구체적인 학교생활 모습을 이야기해 주는 게 좋습니다.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들려주는 것입니다.“민준이는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체육시간에도 먼저 나서서 공을 차 보려고 했고, 수업 시간에도 집중해서 잘 듣더라고요”처럼요. 막연함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여야 안심합니다. 이때 경계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교사가 모든 연락을 아무 때고 즉시 응답하면 학부모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보다는“수업 시간에는 전화받기가 어렵습니다. 급한 일이 아니면 방과 후 시간에 연락 주셔야 제가 답변드릴 수 있습니다”처럼 분명하게 경계를 그어주는 게 좋습니다. .
특히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한계를 정확하게 말해주는 게 좋습니다.“어머니, 교과서를 놓고 온 것은 민준이가 직접 교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이고, 혹시 잃어버렸다고 해도 민준이와 제가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교실에서 자리를 배치하는 것은 아이들과 충분히 논의해서 정하고 있습니다. 민준이도 이 부분 협의에서 이야기 나누었던 부분이에요” 처럼요.
신뢰와 경계 동시에 갖춰야
정기적인 소통 채널을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학교나 학급의 일정을 안내하거나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안내하는 것입니다. 아이를 통한 소통을 격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어머니, 민준이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보셔도 좋겠네요. 오늘 뭐 했는지, 재미있었던 일은 없었는지 등을 물어봐 주세요”긍정적이고 재미있었던 부분을 위주로 물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처럼 구체적으로 방법을 알려주면 좋습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은 교사에 대한 신뢰로 이어집니다. 경계를 지키되, 아이를 위해 현명한 교육 방법을 학부모와 함께 모색해가는 것이야말로 교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이자 자신을 보호하는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