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식중독 등 스트레스에 대한 집단반응
증상은 상당히 실제적, 아프고 고통스러워
1939년 10월 뉴욕의 CBS방송은 ‘별세계의 전쟁’이라는 소설을 극화하여 방송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방송극의 한 부분인 ‘생방송 뮤직 댄스’라는 오락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고 동부 해안 1천만 청취자의 귀를 막 때리고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이 오락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임시뉴스가 나왔습니다. 화성의 표면이 폭발한 이후 정체불명의 비행접시가 지구로 날아와 뉴욕 근교 뉴저지 지방의 한 농가에 내려앉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더불어 현장의 특파원은 살인광선 무기로 무장한 화성인들의 모습을 상세히 설명하고, 저명한 우주선 전문가가 나와 화성인의 전면적인 공격이 개시되었음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성에도 지능이 높은 생물체가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 왔다는 얘 기가 나올 즈음에 이르러 이 방송은 영락없이 무시무시한 현실로 느껴졌습니다.
이 방송극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아나운서가 ‘이 방송은 실제 상황이 아닌 가상극’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00만 명 이상의 청취자가 실제 상황으로 믿고 있었던 것으로 후에 밝혀졌습니다. 극이 끝날 즈음에는 수 천 명의 사람들이 거리에 모여 화성인의 침입뉴스를 퍼뜨렸습니다. 이 상황을 친지에게 알리려는 전화의 홍수로 전화국의 모든 회선은 만원이 되었고, 경찰서에도 확인전화가 빗발쳤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이와 비슷한 사건에 칠레에서 벌어졌습니다. 칠레의 한 해안도시에서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장난 경보가 퍼져 하루밤새 주민 1만5000여명이 대피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칠레 중남부 비오비오주(州)에서 만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건설 노동자가 바닷물이 해변에서 물러가는 기현상이 벌어져 쓰나미 초기 징후와 비슷하다는 내용의 거짓 소문을 콘셉시온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퍼뜨리면서 17일 새벽 이 같은 대소동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여성 1명이 사망했으며, 정신적 충격으로 32명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또 밤새도록 차를 타고 무려 500㎞를 달린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현상은 집단 히스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단 히스테리는 어떠한 실제적 또는 가상적 사건에 극도로 놀라거나 흥분하여 히스테리 행동을 보이는 다수 사람들의 행위입니다. 위의 실례들은 집단 히스테리의 극적인 사례이지만 가벼운 사례들은 주위에서 가끔씩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령 한 반의 학생 여러 명이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는데, 의학적으로는 식중독이 아닌 경우 등이 바로 이러한 사례입니다. 전형적인 집단 히스테리의 경우에는 기절이나 메스꺼움과 같은 증상이 일어납니다. 이 증상은 꽤나 실제적이고 아프고 고통스럽습니다. 이 증상들은 ‘이상한 냄새’라든가 ‘상한 음식’ 때문이라는 유언비어로 인해 더욱 심해집니다. 이런 과정으로 인해 사람들은 실제보다 더 이상으로 증상을 받아들이게 되고, 스트레스나 근심 때문이 아니라 외부의 이상한 위협 때문에 병이 나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심인성 집단병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심각한 스트레스에 대한 집단의 반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증상이라면 스트레스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