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초등 1·2학년 수업시간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돌봄 부족 문제를 정규수업 확대로 해결하려는 접근에 대해 “교육적 목적과 내용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일 발간한 Futures Brief 26-4호 ‘학령기 인구 급감기 초등학교 저학년의 짧은 수업시간과 돌봄 공백: 진단과 정책 제언’에서 초등 저학년의 짧은 수업시간이 돌봄 공백과 사교육 의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 1·2학년의 연간 수업시간은 581시간으로 OECD 평균(815시간)보다 234시간, 28.7% 적었다. 연구원은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완화하기 위해 저학년 수업시간을 OECD 수준으로 확대하고, 늘어난 시간을 놀이·체험·예체능·관계 형성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구원은 부모들이 이 같은 돌봄 공백에 육아휴직이나 사교육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초등 1·2학년 사교육 참여율은 84~86%에 달했으며, 특히 맞벌이 가구에서는 일반교과와 예체능 사교육 모두에서 ‘보육 목적’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사교육이 돌봄 공백을 메우는 기능을 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과 교육격차, 아동의 놀이·휴식시간 감소 등의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업시간 확대로 인한 아동의 놀이·휴식권 침해와 교원 인력 부족에 대해서는 학교 수업시간을 늘리는 것이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되며, 저출생으로 초등학생 수 급감으로 교원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교육 현장에서는 돌봄 공백 문제를 정규수업 확대와 연결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초등 저학년의 발달 특성을 고려할 때 돌봄 공백 해소와 교육과정 확대는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가 일정 부분 돌봄 기능을 담당할 수는 있지만, 정규수업 확대는 분명한 교육적 목표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홍소영 서울잠원초 교사는 “초등 수업시간 연장 논의에는 항상 무엇을, 왜 더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며 “정작 핵심이 돼야 할 교육 내용 논의는 없고 보육과 안전 문제만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보육이 정말 문제이고 학교가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면 방과후학교나 돌봄을 확대하면 되는 것”이라며 “정규수업시간을 늘리려면 학생 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 콘텐츠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미나 광주 하남중앙초 수석교사는 “설득력 있는 교육적 이유와 근거 위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교육 주체 간 갈등도 줄일 수 있다”며 “단순히 맞벌이 부부 사교육에서 보육목적이 높다는 이유로 이를 공교육이 담당하라는 식의 논리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교원 수급과 관련해 “학교라는 공간에서 돌봄 기능을 확대하는 것과 교원이 담당하는 정규 교육과정을 확대하는 것은 동일한 정책이 아니다”라며 “학교는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교원의 전문성은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있다”고 반박했다.
김주영 경기 이의초 교감은 “학교에 더 오래 머무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저학년은 놀이와 휴식,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중요한데 돌봄 공백을 이유로 모든 아이를 학교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방식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웅 전북 송광초 교사도 “놀이 중심 수업 확대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무엇을 놀이로 배우는 것이 이 연령대 아이들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교육적 목표와 지원 체계 없이 수업시간만 늘리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영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무엇을 왜 더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교육적 논의가 선행되지 않은 채 학교 체류시간부터 늘리자는 접근은 현장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교육과정 확대는 아동의 발달 단계와 교육적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육과 돌봄이 사회적 과제라면 국가나 지자체 차원의 돌봄 체계와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