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 오후 대한노인회 의왕시지회 회장실에서 만난 이종훈 지회장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하지 않았다. 40년 교직생활, 초등학교 교장, 문화원장, 노인대학 학장, 그리고 대한노인회 의왕시지회장까지 화려한 이력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주인공은 어르신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사는 '회원들이 가고 싶은 경로당', '머물고 싶은 경로당'을 만드는 이야기가 중심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자로 평생을 살아온 그는 퇴직 후에도 교단을 떠나지 않았다. 다만 교실이 경로당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아이들의 성장을 돕던 교육은 이제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년을 돕는 복지로 이어지고 있다.
이 지회장은 교육과 노인복지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본다. "교육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실현하도록 돕는 일이고, 노인복지는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를 보내도록 돕는 일입니다. 결국 사람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특히 그는 노년기를 인생의 '마무리'가 아닌 또 하나의 성장 과정으로 표현했다. 남은 시간이 길든 짧든 삶의 의미를 찾고, 건강과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사회와 연결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대학도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곳이 아니라 교양과 건강, 문화가 함께하는 평생교육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제13대 대한노인회 의왕시지회장 선거에서 그는 97%가 넘는 높은 투표율 속에 재선에 성공했다. 비결을 묻자 그는 "공약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취임 후 가장 먼저 손댄 것은 경로당 운영 방식이었다. 당시 월 3만 원이던 회원 회비를 기본 수준으로 낮추고, 지회가 사용하던 회비를 모두 경로당 회장들의 활동비로 돌렸다.
경로당 회장은 회원 관리부터 시설 관리, 회계까지 맡는 사실상 현장의 봉사자들이다. 하지만 활동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대신 그는 직접 발로 뛰었다. 금융기관과 기업, 종교단체 등을 찾아 후원금을 모아 부족한 운영비를 채웠다. 지난 4년 동안 매년 평균 4천만 원 안팎의 후원금을 확보해 마스크와 생필품을 지원하고, 어버이날 행사와 한궁대회, 파크골프대회 등을 열었다.
그 역시 지회장 활동비 상당 부분을 반납하며 경조사비조차 개인 비용으로 해결하고 있다. "노인복지는 결국 현장에서 체감해야 합니다. 어르신들이 '정말 달라졌다'고 느껴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가 가장 많이 강조한 단어는 '경로당 활성화'였다. 현재 의왕시에는 100여 개가 넘는 경로당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운영비만으로는 식사 준비조차 넉넉하지 않은 현실이다. "운영비 대부분이 공과금으로 나가면 남는 돈으로는 두부나 콩나물 정도밖에 준비하지 못합니다. 경로당에 별도의 부식비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그는 국회와 관계기관에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으며, 앞으로 가장 큰 변화 역시 경로당 급식 여건 개선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로당은 단순히 쉬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은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가기 싫은 경로당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경로당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재임 기간 동안 노인일자리도 약 300명 규모에서 600명 수준으로 크게 확대됐다. 그는 노인일자리의 가치를 돈으로만 설명하지 않았다. "일자리는 소일거리이기도 하고 건강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손주 용돈도 줄 수 있고 병원비에도 보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와 계속 연결돼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활동비 인상도 필요하지만, 일하는 즐거움 자체가 노년의 삶을 훨씬 건강하게 만든다고 그는 말했다.
학교를 운영했던 경험은 지금도 큰 자산이 되고 있다. 그는 교장 시절부터 "관리자가 교사를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 철학은 노인회 운영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지회가 앞에서 끌고 가기보다 경로당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회장들이 스스로 지역 공동체를 이끌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경로당 회장들을 가장 중요한 동반자로 생각한다.
올해 82세인 그는 여전히 현장을 누빈다. 후배 교육자들에게는 "은퇴는 끝이 아니라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두 번째 인생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평생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교육자의 또 다른 사명이라는 것이다.
어르신들에게도 한 가지 당부를 잊지 않았다. "나이 들었다고 걱정만 하지 마십시오. 사람들과 어울리고 봉사하고 배우다 보면 몸도 마음도 훨씬 건강해집니다." 교육은 교실에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의 미래를 키우던 교장은 이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의 오늘을 응원한다. 그의 두 번째 교단은 학교가 아니라 지역사회이며, 그가 꿈꾸는 수업의 목표는 단 하나다.
'회원들이 가고 싶은 경로당, 오래 머물고 싶은 경로당.‘ 그것이 평생 교육자 이종훈 지회장이 지금도 현장을 뛰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