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고] 교원 평가기준 공개 재검토 필요한 이유

2026.07.20 09:10:00

많은 학교가 교원 성과상여금 평가기준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학교의 자율적 결정으로 오해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교육부 지침이 각급 학교로 전달됐고, 그에 따라 학교들은 평가기준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신뢰 약화 우려돼

평가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육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교사의 수업, 생활지도, 상담, 진로교육, 방과후 활동은 학생 성장과 발달을 위한 교육활동이다. 그런데 평가기준이 공개되면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교육적 소명보다 성과급과 연결해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교직이 교육보다는 성과급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생기는 순간 교육의 토대인 신뢰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교육은 계약 관계가 아니라 신뢰 관계 위에서 이뤄진다.

 

교육 본질을 왜곡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교육은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다. 학생의 인성 성장, 생활 습관 형성, 정서적 안정, 위기학생 지원, 학부모 상담과 같은 중요한 교육활동은 수치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평가기준이 공개되면 자연스럽게 평가 가능한 활동과 실적 중심의 문화가 강화된다.

 

학교 현장의 현실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학교는 경쟁 조직이 아니라 협력 조직이다. 학생 한 명을 성장시키기 위해 교사들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한다. 그러나 실적 중심 문화가 강화되면 협력보다 경쟁이 앞서게 된다. 교사의 교육활동이 공동의 책임이 아니라 개인의 실적으로 해석되기 시작하면 학교 공동체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교사의 전문성과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은 전문성을 가진 교사가 학생의 상황과 특성을 고려하여 판단하고 실천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공개된 평가기준이 교육활동의 기준이 되기 시작하면 교사는 학생의 필요보다 평가항목 충족 여부를 우선 고려하게 될 수 있다.

 

이는 교육의 주도권이 교사에게서 평가표로, 교육적 판단에서 행정적 관리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강조해야 할 것은 평가기준의 공개가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에 대한 존중이어야 한다. 교사의 교육활동이 끊임없이 점수와 실적으로 평가되고, 그 평가 기준마저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개돼 교육활동 자체가 의심받는 구조는 결코 건강한 교육 환경이라 할 수 없다.

 

전문성·자율성 침해 가능성도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교원 성과상여금 평가기준 공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면 공개 범위를 교직원 내부로 한정하면 된다. 학생과 학부모에게까지 공개해 교육활동을 성과급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

 

교육은 성과 경쟁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교육부가 진정으로 교육의 질 향상을 원한다면 교사를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교육 주체로 존중해야 한다. 교원 성과상여금 평가기준 공개 정책은 교육의 본질과 교권 보호라는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손삼호 경북 포항제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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