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개별화 학습의 중심을 시스템의 ‘진단·처방’에서 학생의 주도적 학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학생이 AI와 대화하며 학습 목표와 경로, 평가 기준까지 직접 조율할 수 있게 된 만큼 개별화 학습의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박창민 경남 서창초 교사는 한국교육학회 학술지 ‘교육학연구’ 제64권 제2호에 게재한 논문 ‘생성형 AI 시대의 개별화 학습 재개념화: 적응적 관점에서 주도적 관점으로’에서 기존 개별화 학습의 한계를 분석하고 대안으로 ‘Agentic Personalization(AP·주도적 개별화)’을 제시했다. AP는 학습자가 AI와 대화하며 학습 목표와 경로, 평가 기준을 공동으로 구성하고 개별화 과정 자체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적응적 개별화 학습은 학생의 성취 수준과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시스템이 적합한 콘텐츠와 난이도, 학습경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정형화된 지식을 효율적으로 습득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학습자의 필요를 측정 가능한 데이터로 환원하고 판단과 평가 권한을 시스템에 집중시켜 학생을 수동적인 적응 대상으로 머물게 할 수 있다는 게 연구의 분석이다.

반면 생성형 AI 환경에서는 학생이 자연어로 원하는 설명 방식과 수준을 요구하고 답변에 따라 질문을 바꾸면서 학습경로를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다. AI의 답변이 자신의 요구와 맞는지도 직접 판단할 수 있어 개별화 과정에서 학생의 역할이 커졌다는 것이다. 연구는 이를 기존 자기조절학습과도 구분했다. 자기조절학습이 주어진 구조 안에서 목표와 전략을 조절한다면 AP에서는 학생이 학습의 목표와 경로, 평가 기준이라는 구조 자체에 참여한다.
AP에서는 학생이 AI의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을 배우려는지 질문으로 구체화하고 대화를 이어가며 AI 응답의 정확성과 적절성을 평가한 뒤 필요하면 질문과 학습 방향을 다시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시스템에 집중됐던 평가 권한의 일부도 학습자에게 이동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주도적 개별화가 모든 학생에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연구는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디지털 리터러시와 메타인지, 비판적 사고를 꼽았다. 자신의 의도를 구체적인 질문으로 표현하고 이해 상태를 점검하며 AI 답변의 정확성과 편향을 판단할 수 있어야 생성형 AI를 주도적인 학습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역량의 격차가 새로운 교육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가정환경이나 사회적 조건에 따라 AI를 활용해 학습을 설계하는 능력이 불균등하게 형성되면 생성형 AI가 일부 학생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의 제도적 여건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정해진 진도와 성취기준, 정답 중심 평가가 강한 환경에서는 학생이 자신만의 학습경로를 조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성형 AI의 알고리즘이 어떤 근거로 정보를 만들어내는지 알기 어려운 ‘블랙박스’ 문제도 비판적 활용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기술 제공에 그치지 않고 학생의 주도성을 키우는 모델링과 비계 설정 등 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교사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연구는 생성형 AI 환경에서 교사를 학생과 AI의 상호작용을 기획하는 ‘메타설계자’이자 주도적 역량이 부족한 학생을 지원하는 ‘촉진자’로 규정했다. AI가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집중됐던 판단 권한을 교사와 학생에게 재배치하는 변화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교사가 생성형 AI의 특성과 프롬프팅 등을 이해하고 학생별 활용 역량을 지원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전문성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사는 생성형 AI 시대의 개별화 학습을 더 정교한 ‘진단-처방’ 기술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학습경로를 주도적으로 조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역량과 교육환경을 함께 마련해야 하며, 학생이 개별화 학습의 주체가 될 기회를 공정하게 보장하는 것이 AI·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의 핵심 과제라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