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 절반 이상은 인공지능 전환(AX)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도 재원 부족이나 검토 단계에 머물러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AX 관련 투자를 자체 재원만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답한 대학은 한 곳도 없어 대학의 AI 전환을 뒷받침할 안정적인 고등교육 재원과 대학 간 공동 인프라 구축이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일 ‘2026 KCUE 대학 총장 설문(Ⅱ): AX 시대의 고등교육’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6월 2일부터 7월 10일까지 대교협 회원대학 192개교 총장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144개교가 응답해 응답률은 75.0%였다. 국·공립대 32곳, 사립대 112곳이 참여했다.
향후 3년 안에 AX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인 대학은 59개교(41.0%)였다. 반면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재원 부족으로 계획 수립이 어렵거나 검토 중이어서 아직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대학은 80개교(55.5%)로 더 많았다. 현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대학은 3곳, AX 전환계획이 없다는 대학은 2곳이었다.
투자 확대 필요성은 모든 분야에서 높게 나타났다. AI 인프라·플랫폼 구축, 상용 AI 솔루션 도입, 인프라 운영비, AI 기반 교육과정·콘텐츠 개발, 교수자 AI 역량 강화, 전담 조직·인력 확충 등 6개 분야 모두 93.7% 이상이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AI 인프라·플랫폼 구축’이 5점 만점에 4.29점으로 가장 높았고 ‘AI 기반 교육과정·콘텐츠 개발’과 ‘교수자 AI 역량 강화’가 각각 4.21점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재원이었다. AX 투자 필요 분야를 전액 자체 재원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답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정부 지원이 상당 부분 이상 필요하다고 답한 대학은 127개교로 89.4%에 달했다. 특히 정부 지원 없이는 사실상 추진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국·공립대에서 65.6%, 소규모 대학에서 63.6%로 높게 나타났다.
총장들이 꼽은 AX 재원 확충 방안에서도 안정적인 정부 재정에 대한 요구가 두드러졌다. 우선순위 점수를 합산한 결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정부 전입금 확대’가 289점으로 가장 높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구조 개편을 통한 고등교육 재원 재배분’ 177점, ‘고등교육세 등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한 법정 재원 구조 마련’ 171점이 뒤를 이었다. 상위 세 항목 모두 정부의 구조적·법정 재원 확보와 관련된 방안이었다.
개별 대학이 모든 AI 시스템과 인프라를 각각 구축하기보다는 공동 개발·공유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높았다. 대학 간 공동 개발·공유가 필요하다고 답한 총장은 88.2%인 127명이었다. 효과적인 공동 개발 분야로는 ‘교육 특화 AI 시스템’이 230점으로 가장 높았고 ‘AI 기반 학습관리·학습데이터 플랫폼 및 표준 체계’ 176점, ‘공동 컴퓨팅 인프라’ 120점 순이었다.
데이터 활용에서는 학생 학습 지원이 우선순위로 꼽혔다. 대학이 먼저 구축해야 할 데이터 기반 혁신 영역으로 ‘학습이력·성과 데이터 활용을 통한 맞춤형 학습 지원 및 교육과정 개선’이 289점으로 모든 대학 집단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설문에서는 이 밖에도 입학·취업·진로 데이터 연계, 대학 경영·재정·인력 운영, 학생 상담·생활지원 데이터 활용 등을 선택지로 제시했다.
대학이 체감하는 AI 변화 속도에 비해 실제 대응은 뒤처진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조사 항목에서 ‘변화 체감 정도’가 ‘대응 수준’보다 높았다. 격차가 가장 큰 분야는 AI 인프라 구축·운영에 따른 재정 부담으로 체감 수준은 2.76점인 반면 대응은 1.62점에 그쳤다. AI·첨단 분야 교원 확보 및 산업현장 전문인력 활용도 체감 2.66점, 대응 1.63점으로 차이가 컸다.
인재양성에서는 AI 자체를 전공하는 인재보다 각 전공 분야에 AI를 접목하는 융합인재에 무게가 실렸다. ‘AI를 전공에 접목하는 융합 인재’가 233점으로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했다. 반면 기초·순수학문 학과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중요성은 인식하지만 학생 수요 감소로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응답이 53개교(36.8%)로 가장 많아 첨단·융합 분야 확대와 기초학문 유지 사이의 과제도 드러났다.
한편 대학 총장들의 현재 관심 영역은 ‘정부·지자체 재정지원사업’이 79.9%로 가장 높았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및 교육’이 60.4%로 뒤를 이었으며 발전기금 유치에 대한 관심도는 전년보다 5.6%p 높아져 대학들이 재원 확보 수단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기정 대교협 회장은 “대학은 AX 전환의 필요성에 폭넓게 공감하나 자체 재원만으로는 추진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의 정부 전입금 확대 등 안정적·구조적 재원을 확충하는 한편 단독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AI 기반 플랫폼 등을 공동 개발·공유할 수 있는 대학 간 협력 기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