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경제교육에서 시장경제를 일방적으로 긍정하거나 부정하기보다 경제성장에 기여한 측면과 불평등 등 한계를 함께 다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학생들이 시장경제의 작동 원리와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경제정책을 판단할 수 있도록 강의식 교육보다 사례와 토론 중심의 수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20일 고영선 원장이 집필한 KEDI BRIEF 제15호 ‘시장경제에 대한 교육은 왜 필요한가?’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시장경제가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해 온 과정과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형성되는 배경을 살피고 시장경제의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균형 있게 이해하는 경제교육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경제주체 간 교역과 시장가격 기구, 기업가의 이윤 동기를 꼽았다. 교역이 분업과 전문화, 대량생산과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면서 생산성과 소득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자료에 제시된 주요국의 장기 1인당 국내총생산(GDP) 추이에서도 영국은 산업혁명 이후, 미국은 19세기 말 이후, 한국은 196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시장경제가 시장의 힘만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법제도와 안정적인 통화·재정·환율정책, 사회간접자본, 보통교육, 독과점 방지 등 정부 역할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 원장은 “시장경제의 성공에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뿐 아니라 정부의 ‘보이는 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시장과 정부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경제의 한계로는 개인·기업·세대·지역 간 불평등을 짚었다. 우리나라 역시 성장 과정에서 대기업 중심 구조와 근로조건 문제, 지역 불균형이 나타났고 현재도 청년 일자리와 자영업 경영난, 지방소멸, 소득격차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불평등은 시장경제에서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여러 경제체제에서 존재했다는 점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봤다.
보고서는 시장경제의 불평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배경으로 인간의 공정 지향성과 동정심, 정의감 등 ‘도덕 감정’에도 주목했다. 이러한 성향이 불평등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는 반면 현대의 복잡한 시장경제는 직관만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고 원장은 “시장경제는 인간의 직관만으로 그 작동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체제”라며 “경제정책의 효과를 판단하려면 시장경제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시장경제의 성과만 강조하거나 반대로 불평등의 책임을 시장에만 돌리는 접근 모두를 경계했다. 시장경제가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에 기여한 측면을 배우는 동시에 불평등과 시장 실패, 이를 보완하는 정부 역할까지 함께 살펴야 균형 잡힌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육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제이론을 강의식으로 전달하기보다 학생이 자료를 탐색하고 발표·토론하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비판력, 논리적 판단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경험한 경제정책의 성공과 실패 등 역사적 사례를 적극 활용하고 경제학을 어렵게 느끼는 학생을 고려해 수학적 접근을 줄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고 원장은 “시장경제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가르치고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의식 교육보다는 역사적 사례를 활용한 자기주도학습과 발표·토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제교육의 목표 역시 일부 학생을 위한 전문지식 습득이 아니라 시민의 기본 소양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시장경제의 작동 방식과 정부 역할, 불평등 문제를 함께 이해하고 실제 경제생활과 정책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경제·금융·노동교육 활성화’와 연계한 교육 강화도 주문했다.
고 원장은 “시장경제의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서 경제 현상과 정책을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제교육이 모든 시민에게 필요한 기본 소양으로 자리 잡도록 교육 내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