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호의 완성, 심리회복] 문제행동보다 힘든 건 ‘감정 소진’

2026.10.30 13:54:27

④교사를 지키는 감정분리 전략

 

‘또 시작이네….’

학생의 문제행동이 반복될 때 교사는 여러 감정을 경험한다. 처음에는 걱정됐던 마음이 점차 답답함에서 짜증으로, 화도 났다가 종국에는 아무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게 무뎌지기도 한다. 교사가 지치는 이유는 행동 자체 때문만은 아니다. 다루는 과정에서 감정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어렵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와도 억누르고 표면 감정만 드러내게 된다. 이렇게 실제 감정과 표면 감정 사이의 부조화가 커질수록 정서적 고갈은 심해진다. 이뿐만 아니다. 교사는 온종일 학생들의 감정을 살피며 수업과 생활지도, 학부모 소통까지 여러 관계를 다뤄야 한다.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며 감정 소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직업적 특성과 연결된다.

 

어차피 소모될 수밖에 없다면 덜 쓰이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알아차림’이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무시하고 버티면 오히려 예민해지거나 포기하고 싶은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

 

억누르지 말고 알아차려야

 

상담에서는 감정을 없애거나 통제하기보다 먼저 ‘지금 내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감정’과 ‘생각’을 분리하는 연습이다.

예를 들어 수업 중 계속 자리를 이탈하는 학생 때문에 화가 났다고 가정해 보자. 교사는 ‘저 학생이 나를 무시해서 화가 났다’고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사이에 하나의 과정이 더 있다. 학생이 지시를 따르지 않고 이탈한 것은 ‘사실’이고 ‘나를 무시한다’는 내가 사실에 붙인 ‘생각’이다. ‘화’라는 감정은 ‘사실’보다 ‘생각’ 때문에 올라온 것이다.

 

우리가 겪는 부정적인 감정은 사실 그 자체보다 사실에 대한 우리의 ‘해석’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문제행동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규칙을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고,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였을 수도 있다. 이렇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인지적 재구성’이라고 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학부모로부터 ‘아이를 잘 살피지 않는다’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끊은 뒤 ‘나는 교사로서 부족하다’는 생각에 우울하고 불안해졌다. 여기서 ‘사실’은 ‘지도방식에 대한 학부모의 문제 제기’다. ‘부족한 교사’란 생각은 사실에 대한 해석이며 불안과 우울은 그로 인한 감정이다. 나아가 학부모의 항의가 타당한 것인지 증거를 찾아볼 수도 있다. 누군가의 부정적 평가가 객관적 사실은 아니다. 사실과 생각, 감정을 분리하다 보면 문제에서 한 걸음 떨어져 무엇이 개선할 부분이고 무엇이 감정적인 해석인지 살펴볼 수 있다.

 

사실과 생각 구분이 핵심

 

처음부터 이를 능숙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에는 모든 것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완벽하게 분리하려 하기보다는 잠깐 멈춰 하나만 확인하는 게 좋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감정에 이름 붙이기’다. ‘지금 화가 났구나’, ‘무시당한 느낌이구나’, ‘기분 나쁘구나’ 등과 같이 명명하는 것이다. 자주 경험하는 감정이라면 ‘00이 또 올라오는구나’와 같이 별칭을 불러도 괜찮다. 이렇게 감정과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한 발짝 떨어진 위치에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다.

 

학생의 감정을 이해하되 그것을 내 감정으로 가져오지 않고, 문제행동을 지도하되 그 원인을 교사로서 나의 가치관에 연결 짓지 말자. 감정을 알아차리고, 감정에 붙은 생각을 살펴보고, 그다음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하자.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김예람

심리상담가,

한국교총

교권강화국 부장

김예람 심리상담가, 한국교총 교권강화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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