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내가 좋아하는 답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제목은 누구나 알지만 읽은 사람은 드문 책'이라는 농담 섞인 답이고, 다른 하나는 '처음 읽어도 다시 읽은 것 같고, 다시 읽어도 처음 읽는 것 같은 책'이라는 답이다. 존 듀이의 『민주주의와 교육』은 우리 교사들에게 두 답 모두에 해당하는 책일 것이다. 교육학 수업과 임용 공부에서 이름은 수없이 들었지만 끝까지 읽어 본 교사는 드물다. 그러나 막상 붙들고 읽기 시작하면 두 번째 답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처음 읽을 때는 책 곳곳에 오늘 우리 교실의 고민이 담겨 있어 어딘가 익숙했다. 다시 읽을 때는 전에 보지 못한 대목들이 눈에 들어와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로웠다. 백 년 전 듀이의 물음을 빌려 지금 내가 서 있는 교실의 문제를 다시 물어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이 고전인 까닭일 것이다.
듀이에게 교육은 학교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무언가를 겪고, 그 경험을 통해 조금씩 달라진다. 듀이는 그 경험의 의미를 깨닫고 더 나은 경험으로 이어 가는 과정을 교육이라고 보았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듀이에게 민주주의는 선거나 제도이기 이전에, 서로 경험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 교육의 목적부터 교과와 수업 방법, 지식과 도덕에 이르기까지, 책 전체가 결국 '어떻게 함께 잘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모인다. 그래서 이 책은 교육학 책이기 이전에 삶에 관한 책이다. 즉, 이 책은 삶을 먼저 살아 본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더 넓은 세계로 초대하는 일, 그것에 대해 묻고 답한다.
그렇다고 이 책을 교육 또는 철학의 '정답지'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듀이에게 철학은 외워야 할 지식이 아니라 "세계에 대해 가지는 태도와 성향"(504쪽)이다. 다시 말해, 세상과 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느냐가 곧 철학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이 바로 그런 태도와 성향을 길러 주는 일을 한다. 그래서 듀이에게 철학과 교육은 서로 다른 일이 아니었고, 그는 철학을 아예 '교육의 일반이론'(509쪽)이라고 불렀다. 그러니 이 책도 듀이의 사상과 이론을 외우려고 읽는 책이 아닌 읽는 동안 아이와 교실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 즉 태도와 성향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듀이는 이렇게 말한다. "철학은 성취한 사실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가능한 것에 대한 생각이다."(506쪽)
이렇듯 단순히 정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기에 우리는 이 책을 한 번 읽고 끝낼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김상현 교수의 번역이 잘 읽힌다는 점은 무척 반갑다. 난해하기로 이름난 듀이의 사유가 자연스러운 우리말 문장으로 흘러, 읽는 내내 듀이와 함께 호흡하며 공명할 수 있다. 듀이를 전공한 역자는 2018년부터 8년에 걸쳐 이 번역을 완성했고, 문장마다 듀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경이 배어 있다. 또한 책 말미의 부록 '교사로서의 존 듀이'도 현장 교사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위대한 철학자이기 이전에, 50여 년 동안 학생들을 만나 온 교사 듀이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예전에 펼쳤다가 덮어 두었던 사람에게도 이번 번역본을 권한다. 교육을 고민하는 이라면 누구든 곁에 두고 여러 번 펼쳐 볼 만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