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동조행동

2005.07.25 10:09:00

타인 행동 따라하면 손해는 안 봐
집단압력과 칭찬받을 욕구도 한몫


낯선 곳에 갔을 때 나란히 있는 두 식당 중 한 식당에는 사람이 북적대고 다른 식당에는 사람들이 없다면 어느 식당의 음식이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등산을 갔는데, 어떤 약수터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또 어떤 약수터에는 사람들이 없다면 어느 약수터의 물을 마시겠습니까? 아마 이 경우 다른 사람과 같이 행동할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이러한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예컨대, 어떤 학생이 학급회의에서 제안을 하면 그 제안이 바람직하든 바람직하지 않든 많은 학생들이 동조를 하거나, 누군가 우표를 수집하면 이것이 학교 전체로 번져 유행이 되는 경우 같은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따라하는 것을 동조라고 합니다. 동조는 남 따라 식당에 들어가는 것부터 유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또한 자신의 생각과 같지 않을 때조차 동조를 합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에서는 사람들이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겉으로는 훌륭한 옷이라고 찬사를 보냅니다.


애시(Ash)라는 한 심리학자는 이와 관련한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즉 실험이 아닌 때에는 주어진 선분(X)과 같은 길이의 선분을 모든 사람이 세 선분(A, B, C) 중에서 정확히 골랐지만, 실험에서는 상황을 바꾸었습니다. 즉 8명이 있는 자리에서 7명의 피험자(실제로는 실험자를 도와주는 보조실험자)들이 엉뚱한 선분을 선택했을 때 마지막 진짜 피험자가 자기가 생각한 대로 같은 길이의 선분을 선택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33%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뜻을 같이하여 엉뚱한 선분을 골랐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기가 고른 선분이 주어진 선분과 길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뜻을 따른 것입니다.


그러면 왜 이러한 동조가 일어날까요? 첫째는 자기가 확실히 알지 못하는 일이 있을 때에는 다른 사람을 따라하면 적어도 손해는 안 본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모르는 문제인데 남 따라 쓰면 맞을지도 모릅니다. 낯선 지방에서 마을 주민들이 우물물을 마시지 않으면 자기도 먹지 말아야 합니다.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요. 둘째는 집단압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집단이든지 규범이 있고 또 구성원들은 그것을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집단에서 쫓겨나게 되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동조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인정과 사랑을 받으려는 욕구 때문입니다.


집단의 응집력이 높으면 동조는 더 강해지고 어겼을 때의 처벌 또한 무거워집니다. 상황이 애매할수록, 그리고 집단에 강하게 애착을 느끼는 경우 동조하는 경향은 더 높아집니다. 그러나 집단에 이탈자가 한 명이라도 있게 되면 동조하는 성향은 떨어집니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한 아이가 소리쳤을 때 모든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동조로 인해 우리가 집단의 규범이라든가 사회질서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동조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살다보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데, 이러한 것에 집단의 압력이 작용하고 또 이에 따름으로써 인정과 사랑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대신, 전혀 바람직하지 않는 동조에 대해서는 신속한 진화가 필요합니다. 동조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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