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자격증 없는 1호 교장을 탄생시켰다’며 각종 언론의 조명을 받아오던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하남시․교장 정순각)가 제도 시행 2년 만에 일반 공립학교와 같은 발령교장제로 전환했고, 이는 다른 특성화학교 교장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애니메이션고 1,2대 교장은 애니메이션과 영상 전문가가 각각 초빙됐으나 3대부터는 교장자격증을 갖춘 교장이 발령 났다. 애니메이션과 영상 전문가 교장이 해당 학과 교육에는 높은 전문성을 발휘했으나 다른 학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고, 교육에 대한 이해와 경험 부족으로 학교경영과 교육과정 운영에 애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는 “특성화학교의 교장직 개방은 물론, 일반학교에도 교장자격증이 필요 없는 공모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정부의 최근 움직임과는 다른 방향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교장으로 초빙된 업계 전문가들이 특성화 학교 초창기에는 시설 구비등 상당한 기여를 했으나 중등교육에 대한 이해부족과 교육과정 운영에 애로가 있어 제도 시행 2년만인 2002년 4월부터 자격증을 갖춘 교장을 발령 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들 전문가들은 의욕은 많았으나 교직원들과의 갈등으로 힘들어 했다”고 덧붙였다.
설립 당시부터 이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는 A 교사는 “초빙교장들이 영상에 관한 기본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1학년 학생들에게 특이한 작품을 기대할 정도로 성과주의에 집착해, 많이 힘겨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사들 관리 차원에서도 갈등이 많았다”며 “학교는 교장과 구성원들 간의 조화가 중요한데, 요즘 거론되는 공모제는 득보다 실이 크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전문가로 1대 교장으로 초빙된 황선길 교수(67세․ 홍익대)는 “조성윤 교육감의 요청에 의해 교장으로 초빙돼, 시설과 교육에 최선을 다했지만 산업 전문가가 교장으로 초빙된 데 대한 교원들의 반발이 있었다”고 밝혔다.
2대 박경삼 전 교장은 “ 특성화고를 처음 만들 때는 전문가 교장도 나쁘지 않지만, 교육전문가가 교장으로 초빙돼야 한다”며 “산학발전위원장으로 지금도 학교를 돕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일반 학교에까지 무자격자 교장을 공모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교육 경력자를 우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