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가 18일 열리는 가운데 그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교육자치 통합론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미 야당 교육위원들은 김 내정자가 9년전 교수 시절 작성한 교육자치 통합 관련 논문 2편을 일독하며 사상 검증을 벼르고 있다.
김 내정자는 97년 한국행정연구(한국행정연구원 간) 봄호에 실은 ‘교육행정조직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그리고 같은 해 지방자치(현대사회연구소 간) 1월호에 실은 ‘위임형 의결기관이냐, 합의제 집행기관이냐’ 제하 논문에서 중앙교육행정 조직과 지방교육행정 조직의 개편을 주장했다.
9년 전 논문에서 그는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을 연결시키는 것은 교육에 대한 ‘정치적’ 책임성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교육재정을 확충하기 위해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교육이 오히려 정치적 배경을 가져야 단체장이 관심과 책임감으로 투자에 나선다는 일반행정론자의 시각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교육청과 교육위원회를 통합해 합의제 집행기구 성격의 교육위원회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도의회가 교육, 학예에 관한 사무까지 모두 의결하되 이 부분에 대한 집행은 교육위원회가 맡고 그 외의 사무는 시도청이 맡는 형식이다.
이어 “교육위원회는 5~7인으로 구성하고 교육감이 당연직 위원장으로 이를 대표하며 합의제로 운영한다면 기존의 교육청, 교육위원회 간의 불필요한 마찰을 방지하고 일반행정과도 유기적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위원과 교육감 선출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정치적 의미없는 이중 삼중의 간선보다는 정치적 상징성이 높은 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이들 전원을 임기제로 임명하게 하거나, 이것이 힘들다면 교육위원의 2분의 1을 임명하고 이들 교육위원이 교육감을 선출하는 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당시 교육위원회는 시군구 의회가 각기 2명을 추천하면 시도의회가 1명을 선출하는 2중 간선제였고, 교육감은 이들 교육위원회에 의해 선출되는 3중 간선 형식이었다.
그는 “아직도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들어 통합을 반대하는데 이는 지나친 우려”라며 “그런 식이라면 대통령이 교육부장관을 임명하는 것도, 국회 안에 교육위원회를 두는 것도 위헌이 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우리처럼 교육에 대한 고객집단의 관심이 큰 곳에서는 교육이 정치에 오염되도록 보고만 있을 학부모는 없다”며 “정치적 책임이 높아질수록 교육재정 확충은 물론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교육자치의 궁극적 주체는 주민이고 이를 대표하는 지방의회가 조례를 제정해 교육행정의 큰 틀을 정하고 예산을 배정한다고 해서 이를 교육자치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내정자의 이 같은 생각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으로서 그가 2003년 7월 발표한 지방분권 추진 로드맵에서도 그대로 투영됐다. 그는 “지방의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을 연계하는 지방교육 자치제를 2005년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열린우리당 백원우 의원이 제출한 지방교육자치 통합법안도 이런 맥락에 놓여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교육계의 반발 수위가 워낙 높은 만큼 부총리 임명 후에도 학자적 소신만을 내세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측은 “교육자치에 대한 그의 현재 생각을 드러내게 하고 통합의 부작용과 폐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병준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 참고인으로는 정운찬 서울대총장, 고형일 한국교육개발원장, 김대용 대일외고 교감, 목진휴 국민대 행정대학원장이 채택됐다. 당초 한나라당은 설동근 혁신위원장, 김대유 혁신위 교원정책특위 위원을 불러 김 내정자의 혁신위 정책수립 관여 여부를 신문할 계획이었지만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