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예산, 멍드는 학교 (2) 역으로 가는 정보화

2006.11.26 09:35:00

학교인터넷은 忍터넷, 컴퓨터는 타자기
6년된 전산장비 애물단지에 돈먹는 기계
도서관 전문인력 배치 돈없어 ‘언감생심’

교육재정 부족으로 학교 정보화가 후퇴하고 있다.
최근 국민의 정부시절 교육부장관을 역임한 인사가 공개 장소에서 2001년에 세계 최초로 전국 학교·교실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유일한 국가라고 자랑했지만 학교 현실은 2001년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교단선진화의 명목으로 각 교실마다 보급된 컴퓨터와 프린터의 생산연도는 1999년인 곳이 태반. 학생들은 느려터진 학교 인터넷을 우수개소리로 ‘참을 인(忍)자 忍터넷’이라고 부르고 있다. 학생이 수행평가를 위한 숙제를 하기 위해 학교 주변 PC방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교사들의 경우 전자문서 결제시스템 활성화라는 요구를 교육청으로부터 받고 있지만 사양이 오래된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상태다. ‘교무실 책상 위 컴퓨터는 단순한 타자기일 뿐’이라는 것이 교사들의 자조섞이 푸념이다.
경남 합천 삼가고 서종훈 교사는 “5~6년 전 일선학교에 갑자기 많은 컴퓨터가 보급돼 이를 처리하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며 “그 때 보급된 컴퓨터가 교체연한이 지났지만 교체는 고사하고 업그레이드할 비용도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사양이 떨어지는 컴퓨터를 방치하거나 일부 사용한다 하더라도 잦은 고장으로 인한 수리비 증가로 학교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설사 일부학교에서 기증받은 신형 컴퓨터나 교사 개인컴퓨터로 정보화 수업을 진행시킨다 해도 전산소모품비 부족에 봉착하게 된다. 서울 공릉초 백민 교장은 “교내 정보화 수업 활동이 많아져 전산 소모품의 수요는 늘었지만 예산부족으로 원활하게 교사들에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교사의 개인적인 부담과 지역 내 학교발전기금 활용 등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지식정보정책과 이선희 사무관은 “2008년까지 펜티엄급 구형 컴퓨터 35만대를 교체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기본적으로 시도교육청에서 예산을 확보해야 하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경우 이자분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정부족으로 인한 학교 정보화의 퇴화 현상은 문헌정보의 중심인 학교 교서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서적도 구입하고, 인력도 배치하고 싶지만 예산부족으로 ‘언감생심’ 꿈도 못꾸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홍연초 김주경 교장은 “학생들에게 친숙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학부모 자원봉사를 받아 운영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문제해결과 도서관 확대개편을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서교사의 경우 연 130일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어 지원예산으로는 인력확보도 어려운데다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연봉제로 계약할 경우 지원예산보다 학교부담이 더 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지자체에서 사서교사 인건비를 50% 지원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어 학교가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상실 경기 의정부 오동초 교장은 “내년부터 사서교사 인건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돼 난감하다”며 “교육당국에 학교 도서관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예산이 없다며 답답해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도서관지원 관계자는 “내년 이후에도 지자체에서 인건비 지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며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해 다같이 인식하고 있는 만큼 특단의 재정지원 없이는 해법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승호 10004ok@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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