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과천 문원초등학교의 한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같은 학교 임경희 선생님을 칭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임 교사가 지난해 골수이식을 통해 한 아이의 목숨을 구했다는 말과 함께.
전보발령으로 분주하던 임경희 교사는 골수이식 이야기를 꺼내자 “별 일 아닌데…, 전 이미 다 잊고 지내는데…”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2001년에 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캠페인을 벌일 때 저도 골수와 각막기증에 동의하고 혈액을 채취했죠. 그런데 6년이 지난 작년 4월에 전화가 왔어요. 장기기증 신청하신 것 기억하느냐, 아직도 기증의사 변함없느냐고요.”
백혈병에 걸린 7살 남자아이가 골수기증이 다급한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1차 혈액검사에서 기증 가능자 명단이 몇 백명 정도는 나오는데 환자가 특이체질이라 1차 검사에서도 일치자가 2명뿐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됐을 때여서 삼우제 드리던 날 정밀검사를 받았어요. 정밀검사 결과 다른 일치자는 이미 불일치 판정이 났고, 병원에서도 제 골수가 일치할 가능성은 ‘기적 같은 확률’이라고 했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새 생명을 주고 가신게 아닐까 싶었죠. 잘 될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골수이식 의사를 묻는 전화가 학교로 걸려왔기 때문에 학생들도 선생님이 무슨 수술을 받는지 다 알았다고 한다. 철부지 같던 6학년 아이들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꼬마를 위해 많이 기도했다고. 작년 연말, 장기 기증자들을 대상으로 초청의 밤 행사가 열렸을 때도 임 교사와 학생 6명이 함께 초청받았다.
“우리가 골수이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게 참 많더라고요. 수술을 계기로 저도, 우리 반 아이들도 많이 배웠죠. 처음에는 솔직히 무섭기도 했어요. 제가 미혼인 데다 그때 건강이 안 좋아서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했고요.”
당시 임 교사는 골밀도가 낮아서 4년째 치료 중이었다. 운동도 하고 치료도 받은 덕분에 골수기증이 가능한 몸무게(45㎏)를 간신히 회복한 상태였다. 4일간 백혈구 촉진제를 맞고 골수를 채취하는데 첫날 7시간, 이튿날 9시간이 꼬박 걸렸다. 첫날 혈관이 터지는 바람에 기증 자체가 불가능할 뻔한 위기도 있었다.
“전 얼굴 모르는 아들 얻은 기분이라고 말해요. 중간에 고비도 있었지만 기증받은 아이가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기뻐요.”
몸이 약한 임 교사가 한 생명을 구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기증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제자들이나 주변 교사들이 ‘우리도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나섰다.
“입원기간 동안 백혈병 병동에 있었는데 제 옆에 있던 고등학생 하나가 다음날 없어진 거예요. 기증자를 못 찾아서 하늘나라로 갔단 말을 듣고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골수기증,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니에요. 고등학생이나 건강한 성인 남자분들은 몇 시간 자고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되거든요. 나눠줄 수 있는 분들은 많이 동참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임 교사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인다. “그런데 기사 나가면 정말 기증하는 분들 늘어나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