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선친께서 늘 생전에 ‘소나무 잘 보라’고 제게 이르셨나 봅니다. 선산에 쓸 만한 적송이 30그루 있는데 숭례문 서까래로라도 쓰인다면 더 없이 영광이죠.”
전주 중앙여고 이용의 교감(사진)이 선친 때부터 60여년을 길러 온 적송을 숭례문 복원에 써달라는 기증의사를 밝혀 귀감이 되고 있다.
이 교감은 “지름이 1미터나 되는 큰 소나무는 아니지만 60년을 자라 40센티미터는 된다”며 “숭례문 한 귀퉁이에라도 쓰인다면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문화재청이 굳이 안 써도 되겠다고 할까봐 더 밤잠이 안 온다”고 걱정했다.
숭례문이 무너지는 모습에 가슴까지 타 들어갔다는 이 교감. 선뜻 선산 적송을 모두 기증해야겠다고 결정한 데는 평소 지극했던 ‘문화재 사랑’ 때문이다.
교사 시절, 사회문화 과목을 가르쳤던 이 교감은 우리 학생들의 낮은 문화 인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조상을 물어봤더니 절반이 아브라함이라고 답하더라”는 이 교감은 “나부터 우리 문화, 문화재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서 1992년 야간 불교대학까지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수의 문화재가 불교 영향 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인연으로 1996년 이 교감은 불교학생회인 ‘전북파라미타(‘실천하다’라는 의미의 범어)청소년협회’ 명예회장을 맡아 학생들과 본격적인 문화재 보호운동에 나섰다. 방학을 이용해 매년 사찰 등으로 문화답사를 떠나 공부와 봉사활동을 병행했다.
이 교감은 “우리 사회의 문화재 경시풍조를 보며 교육자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학교가 보다 적극적으로 문화 관련 수업과 테마학습 등을 강화해 학생들을 문화재 지킴이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친께서 숭례문에 쓰일 적송을 심었다면 자신은 학생들의 마음에 ‘문화사랑’의 싹을 심어 우리 문화재를 보존할 재목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다.
“이번에 적송을 다 베어내면 안면도 미송을 다시 심어 죽을 때까지 가꿀 생각”이라는 이 교감은 그 이유를 묻자 “내 후손도 언젠가 나처럼 꼭 쓸 데가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