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우리는 수석교사로서 명예와 긍지를 지닌 학교 문화 개선의 선각자다.”
전국중등수석교사협의회(회장 이원춘)는 2일 경기 매현중에서 연 시도회장단 회의에서 ‘수석교사 명예선언문’을 채택했다. 시범 2개월간, 수업 부담과 학교구성원의 인식 부족, 법도 지침도 없는 운영방식에 3重苦를 겪어온 이들. 하지만 “그래서 더 열정과 자부심으로 제도 정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수석교사들의 의지가 모아진 결과다.
선언문에는 △다양한 학습욕구를 충족시키고, 차원 높은 수업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선진 교수-학습방법을 통해 교육의 수월성, 형평성을 함께 추구한다 △우수 교육자료를 개발, 공유하며 학교의 학습조직화에 앞장선다 △동료 교사에게 사표가 된다 등 8개항이 담겼다. ‘좋은교육’을 위해 스스로 전문성을 높이고 교사들과 나누겠다는 다짐이다. 이원춘 회장은 “교사가 존경받는 학교문화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명문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회의에서는 40여명의 시도 지회장, 총무 등이 시도별 활동내용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3․4월, 신임․기간제 교사와 교생을 대상으로 적응지도와 수업코칭에 나선 수석교사들. △교재연구 △지도안 작성 △학급운용 △생활지도 별로 지도 매뉴얼과 자료집을 만들어 활용하고, 교생들의 수업 DVD를 제작해 자기반성을 유도한 사례가 발표됐다.
지난달 13명의 교생에게 DVD를 제작, 선물한 박현택 전북회장(전주공고 수석교사)은 “학교 교사들에게도 수업 촬영을 제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자신의 모든 수업은 물론, 동료교사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수업공개 활동을 펴는 경기 고양외고 박성은 수석, 교과서엔 없는 재밌는 과학실험을 찾아 교사와 나누고 ‘사이언스맘’ 동아리를 만들어 집에서 할 수 있는 실험들을 개발하는 울산회장 정순정 수석(삼호중)의 활동이 박수를 받았다. 또 문경시민 60명에게 레크리에이션 댄스를 가르치며 땀 흘리는 경북회장 정우화 수석(문경중), 각종 연수자료를 만화로 제작해 나가고 있는 경기 김포제일고 남정권 수석도 관심을 모았다.
정우화 수석은 “교사가 존경받고 즐거운 학교를 만들려면 학부모들과 신뢰를 쌓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등수석교사회는 올 여름, 형편이 어려운 우수 중고생 등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캠프도 열 계획이다. 대학 기숙사와 연계해 한 달간 교과별 수석교사들이 ‘신나는 과학’ ‘핵심 논술특강’ 등의 수업을 제공, 학생들에게 ‘수업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신진규 사무총장(전주공고 수석교사)은 “수석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제고도 행사의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범운영상 나타난 여러 문제점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인천 간재울중 황용혜 수석교사는 “수업을 16시간으로 줄이고 대신 강사를 썼는데 2번이나 펑크를 내 결국 타 교사가 24시간을 맡게 됐다”며 “강사에 기대지 않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춘 회장은 “강사를 쓰라 해놓고 이제 와서 수당을 학교보고 지급하라는 식은 곤란하다”며 “교육청이 예산을 내려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등 많은 시도 수석교사들이 연구부, 교무부 밑에 계원으로 들어가 있는 상황도 제도 취지에 한참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위상에도 맞지 않고 “교무기획을 하면서 어떻게 고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냐”는 말이다. 전남회장 김경완(여선중) 수석교사는 “수석교사들이 활동할 기본적인 조건도 갖추지 못하고 시범운영을 하면서 제도 도입여부의 모든 책임을 수석교사에게 지우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회장 김웅철 수석(대정여고)은 “수석교사의 위상, 대우가 시도별로도 다르고 학교에 따라서도 격차가 커 사기저하의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를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