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행복한가요?”

2008.05.20 13:43:14

이준원 수석교사, 관내 교사들에 ‘행복론’ 전파


“교사로서 의미를 가지세요? 행복하신가요?”
‘행복한 선생님’을 주제로 강의에 나선 이준원 수석교사(경기 성남여고). 14일에는 경기 분당중 서른다섯 명의 교사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렇게 물었다.

“와우~여긴 4명이나 손을 드셨네요.” “서로 손을 잡고 말해볼까요. ‘선생님은 한 학생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참 소중한 사람입니다.” 따라 말하는 교사들이 쑥스러운 표정이다. 이 수석은 “어색한가요? 그럼 제 상담이 필요한 겁니다”며 웃었다.

강의는 행복한 교사의 조건이 ‘교수․학습에서 성공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과의 행복한 관계’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래서 더 자주 잊는 그 생각을 다시 일깨우는 것. 이 수석은 이혼, 알콜중독의 가정에서 웃음을 잃고 난폭해진 제자 EJ 얘길 꺼냈다. 체육시간, 반 친구 누구도 손잡지 않는 그 아이. “뜀틀 앞에 멈춰 서는 그 무뚝뚝한 아이를 위해 체육교사는 매일 점심시간 매트를 깔고 아이를 불렀어요. 급우 5명은 박수부대로 참여하고요. EJ가 옆으로 구르고 뜀틀 위에 걸터앉아도 휘파람, 환호, 박수로 격려했지요. 몇 개월 후에 어떻게 됐을까요?” 이 수석은 환하게 웃는 EJ의 슬라이드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담임이 우시더군요. 이런 미소가 있는 줄 꿈에도 몰랐다고….”

“엄마는 죽고 아빠는 알콜중독인 8살 앤은 보호소로 보내졌어요. 거기서 시름시름 앓던 동생이 죽자 앤은 충격으로 미쳐 괴성에 상습적 자살기도, 거기다 실명까지 겹쳐 재활불능 판정을 받았죠.” 이 수석은 또 다른 예를 들었다.

“그런데 정신병동 지하 독방으로 간 앤에게 老간호사 로라가 친구가 되겠다고 나섰어요. 날마다 과자와 초콜릿을 들고 곁에 앉아 책도 읽어주고 기도도 했죠. 괴성이 아니면 담벼락처럼 앉아 있는 앤에게 한결같이 사랑을 쏟았어요. 그렇게 수개월 후, 가져다 논 초콜릿이 하나 없어졌어요. 로라는 용기를 냈죠”

교사들의 눈빛이 빛났다. 이야기는 이어졌다. “앤은 괴성도 줄고 점점 제정신인 사람처럼 얘기했어요. 그리고 2년 만에 앤은 정상 판정을 받고 학교에 입학해 나중에 교사가 되지요. 개안 수술에도 성공하고요. 그런 앤은 어느 날 신문에서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 돌볼 사람 구함’이라는 기사를 읽고 자신이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로 결심합니다. 사람들은 못 가르친다고 했지만 앤은 사랑의 힘을 확신했어요. 결국 앤은 사랑으로 그 아이를 20세기 최대 기적의 주인공으로 키웠어요. 그 아이가 바로 헬렌 켈러랍니다.”

이 수석은 공감과 인정을 동반한 경청과 겸손으로 아이를 대할 때 행복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이런 교사가 될 수 있어요. 그런 아이야말로 움직이는 카네이션이 아닐까요?” 반문하며 강의를 마쳤다.

교사들은 박수를 쳤다. 이 수석이 아닌, 자신을 격려하는 박수다. 박정민(1학년 6반) 교사는 “늘 미워하는 제자가 있었는데 오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며 “다시 노력해볼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4월부터 분당중까지 7개 학교를 돌며 행복한 교사론을 펴고 있는 이준원 수석교사. 그는 “교수학습방법이나 수업도구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마음’이 없다면 쓸모없는 도구일 뿐”이라며 순회강연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수석은 강의 때마다 수석교사로서 수업컨설팅, 멘토 대상자도 포섭에 나섰다. “강의와 별도로 5~10명 단위 소그룹을 꾸려 교사역할 훈련과 학부모역할 훈련을 주1회, 12주 코스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성철 chosc@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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