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교단의 ‘학습조직화’를 위해 첫 도입된 수석교사제. 역할, 지위에 대해 변변한 법, 지침도 없이 개척자의 마음으로 꼭 10개월을 고군분투해 온 160여명의 수석교사들이 22일~24일 경기도 가평 교원비전센터에서 마무리 직무연수에 모였다.
시범운영을 1년 연장하고, 인원을 확대하겠다는 교과부 방침이 알려지면서 연내 법제화를 바랐던 수석교사들은 “더 나은 수업을 위한 동료교사들의 지원자로서 상담하고, 연구하고, 관찰하고 최선을 다했다”면서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고 말했다.
23일 ‘수석교사 정책개선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 이들은 “지금처럼 부실하게 운영하면 제도 도입의 효과나 가능성 진단은커녕 되레 교단에 나쁜 인식만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원춘 중등수석교사협의회장은 “주당 수업이 20시간이나 되고, (보직․담임수당이 20만원인데) 수석교사 연구활동비가 15만에 불과한데다 관리직에 대한 연수조차 이뤄지지 않아 활동에 한계가 많았다”며 “시범운영 확대에 앞서 수업시수 경감 및 강사 확보, 역할 매뉴얼 개발 등 내실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수룡 초등수석교사협의회장은 “학교 교실수업을 획기적 개선을 위해 단위학교에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장학담당자가 필요하다”며 “자율장학, 학교장학의 본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석교사를 법제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교육당국의 분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수석교사들은 “당초 8월로 예정됐던 중간 연수가 연기를 거듭하다 이번에야 이뤄졌다”며 의지 부족을 꼬집었다.
특히 “2년차 시범운영을 앞두고도 방학 중에나 선발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교무업무 조직이 완료되고 인사이동이 이뤄지기 전에 수석교사를 선발하려면 내년 1월 중에 선발․연수가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박관수 서울증산초 수석교사는 “학기 중 선발 때도 일부 시도는 미달을 겪었는데 이래서야 언제 홍보하고 언제 심사해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정책입안자들과 함께 ‘수고했다’ ‘더 잘해보자’ 이런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우리끼리 치는 박수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한국생산성본부의 위탁운영으로 진행된 이번 연수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낸 교사들도 많았다. ‘트랜드의 이해’ ‘코칭 스킬’ ‘비전수립과 리더십 향상’ 등의 주제로 이어진 강연에 대해 “너무 동떨어지고 무성의한 것 같다”고 씁쓸해하는 수석교사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