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영어 도서가 국내에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이런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학부모들에게는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부터 어렵다. 그러다보니 수십 권을 묶어둔 영어도서문집을 한꺼번에 구입해놓고 이삿짐만 늘려놓는 경우가 다반사다. 14일 서울 용산구청에서는 영어책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학부모를 위해 연세대 등에서 강의 중인 이명신 영어동화교육원장이 ‘영어 그림책을 활용한 아동영어교육법’에 대한 강좌를 실시했다.
이 원장은 “무조건 영어가 많이 쓰여 있는 책을 골라서는 안된다”며 “질리지 않게 그림이 많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영어책을 통해 언어 자체만의 학습에 중점을 두곤 한다. 그러다보니 책을 통해 영어사용권 국가들의 문화와 다양한 사전 지식을 얻는 것이 외국어를 배우는 기초 배경이 된다는 것을 잊기 십상이라는 것.
그는 “한때 해리포터 책이 인기라고 너나없이 자녀들에게 그 책을 사다주곤 했는데 어렸을 때 영어 그림책부터 차근차근히 읽고 그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만 이해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동화책에서는 보름달의 등장이 당연하지만, 외국 동화에서는 부정적인 분위기를 내는 장치이며 뱀이나 고릴라, 고양이 등 국내에서 꺼리는 동물들에 대해 외국 문학에서는 선호도가 높다는 것 등의 차이를 익히고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또 “동화책을 20권이나 읽어줬는데 영어를 못한다고 토로하는 어머니가 있는데 너무 성급한 것”이라며 “어린이들은 수천 권은 읽어줘야 효과가 조금 나타날까 할 정도이니 여유를 갖고 자녀가 책을 많이 읽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쓰기나 말하기나 모두 책읽기를 많이 읽고 모방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실력이 향상되는 만큼 그는 다독을 강조했다. 특히 영어를 교실 안에서만 사용하는 우리 환경에서는 살아있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교과서가 아닌 동화책을 읽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는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부모들이 어른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영어 단어를 알려주는 데만 초점을 두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며 “영어 그림책에서는 어린이들의 관점에서 관찰력과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도록 구성돼 있고 같은 영어 문구가 반복되기 때문에 자녀 스스로 읽어나가도록 지켜봐 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원장은 영어몰입교육에 대해서 “그 교과에 대한 사전지식과 어휘를 알고 있어야만 가능하므로 영어뿐만 아니라 관련교과에 대한 책도 많이 읽어야 한다”며 “학교에서 한국어로 배워 온 교과 단원에 맞춰 관련된 내용의 영어 책을 선택해 집에서 읽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글로 개념을 배우고 같은 개념을 영어로 들으면 효과가 있다는 것. 이 원장은 초등 교과과정에 맞춰 영어 추천도서를 정리했다. 예를 들어 초등 1학년 바른생활의 ‘내 일 스스로 하기’ 단원을 배우고 오면 유사한 내용을 담은 영어책 ‘All by Myself!(Anthony Browne)’를, 초등 2학년 수학에서 분수를 배운 뒤에는 ‘Eating Fraction’을 읽게 하는 것이다.
이 때 부모는 영어책을 읽어주기만 하면 된다. 책에서 그림을 통해 설명을 하고 있는 만큼 일일이 한글로 번역해서 읽어줄 필요 없이 영어로만 읽어주면 충분하다.
그는 "아이의 특성에 맞는 영어 책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으므로 세트로 바로 구입하지 말고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모국어를 잘 해야 외국어도 제대로 배울 수 있다”며 “부모의 영어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아동의 눈높이에 맞춘 영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