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료 못 내고…급식비 밀리고

2009.09.23 19:54:01

경기침체 여파에 교육여건 악화 우려

서울의 초등학교 교장은 최근 급식비 미납학생이 늘고 있어 걱정이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감면혜택을 주고 있지만 이마저도 내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다. 경북의 농촌지역 중·종고 교장도 수업료를 못내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어 골치다. 독촉장을 보내는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농사일로 바쁜 시기인데다, 면단위 지역에서 각자 생활형편을 다 아는 처지여서 망설이고 있다.

지난 해 하반기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친 이후 그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아 급식비나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급식 지원 및 연체 현황’에 따르면 2009년 2월 말 학교회계연도(2008년) 정산시점을 기준으로 1개월 이상 학교 급식비를 연체하고 있는 학생은 3만190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1만6953명에 비해 88%가 증가한 수치다.

연체학생이 증가한 만큼 연체액도 늘어 2006년 19억2552만5000원에서 2007년 29억1606만원, 2008년 39억2780만5000원으로 매년 1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2006년 366명에서 2008년 2275명으로 6.2배 증가해 가장 큰 폭을 보였으며, 대구(93명→442명, 4.8배), 서울(1162명→4444명, 3.8배), 충남(304명→1083명, 3.6배) 등이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울산(1194명→1069명)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연체학생이 2006년에 비해 2008년이 줄었다.

김춘진 의원은 “해마다 저소득층 자녀의 학교급식비 지원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납학생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뜻”이라며 “급식비 미납학생이 증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학교나 교육재정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급식비를 정부나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급식비뿐만 아니라 학교 수업료를 미납하는 학생도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국회 김영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해 수업료 미납자는 3만3593명(8월말 기준 제출 자료)이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3만7356명으로 3개월만에 11.2%나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역별로는 서울, 부산, 대구, 울산, 강원, 경북, 제주 등에서 미납학생이 증가했으며, 경북의 경우 지난해 694명에서 올 1분기에는 1806명으로 2.6배 늘어 전국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서울도 지난해 수업료 미납학생 수는 3227명이었으나 올 1분기에는 7522명으로 2.3배 증가했다.

김영진 의원은 “경기침체 여파가 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며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서 미납학생이 증가한다는 것은 경제위기가 대도시 저소득층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을 의미 한다”이라고 분석했다.

이영관 수원 서호중 교장은 “수업료나 급식비의 경우 미납, 연체학생이 발생되면 우선 사정으로 고려해 지자체나 지역교육청을 통해 지원을 받고 있지만 부족할 때도 있다”며 “최후의 경우 결손처리를 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결국 교육여건과 급식질 향상에 저해요소로 작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백승호 10004ok@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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