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충남 사곡중 서미라(도덕) 수석교사는 맞춤형 멘토링 활동 사례다.
“8명뿐인 교사들이 서로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3학급 중학교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대안을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각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아보고 일대일로 지원하거나, 모둠활동을 하게 됐지요.”
3월 교내자율연수 때, 교사들에게 수석교사제의 취지와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소개한 서 수석. 그런 그에게 제일 먼저 SOS를 요청한 건 올해 이 학교로 부임한 특수학급 최은경 교사. 교직 3년차인 그는 낯선 학생, 학부모와의 상담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서 수석은 ‘그림으로 아이 마음 알아보기’ ‘그림으로 말문 열기’ 등 미술 심리상담․치료법을 코칭하고, 학부모 상담을 위한 가정방문에는 직접 동행했다. 부모 모두 정신지체인 가정, 성 충동 자제가 어려운 손자를 키우는 조손 가정 등에서의 상담은 이론, 지식만으로는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서 수석은 “초임 시절을 돌아보면 단편적인 정보 제공이나 조언보다는 시범을 보이며 동행해 주는 선배가 절실했다”고 말한다.
특수학급 학생들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개발에도 머리를 맞댔다. 공부만큼 자활도 중요하니까 우선 아이들과 방석, 주머니를 만들며 의복생활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시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그래서 최 교사는 재봉을 배웠다. 서 수석은 또 특수학급 운영에 대한 교육과정을 공부하며 최 교사의 수업공개에 필요한 교수․학습과정안 작성을 함께 했다.
최 교사는 “특수학급의 여러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시고, 지도안의 기본틀을 몰라 고민할 때 연수까지 해주셨다”며 “서 수석님 같은 스승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교직 19년차 홍영란(과학) 교사는 9월 충남 수업연구대회를 앞두고 러브콜을 보내왔다. 평상시 수업은 베테랑이지만 수업연구대회 공개수업은 또 다른 차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서 수석은 ‘순환모형을 적용한 탐구능력 신장’을 공개수업 주제로 잡은 홍 교사와 5월부터 수업설계에 들어갔다. 과학과 교육과정을 공부하며 해당 교과 수업의 특수성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홍 교사의 수업연구대회 계획서를 검토하고, 홍 교사의 평소 수업을 관찰하며 분석했다.
4번의 수업관찰을 하면서 실전을 위한 교수학습과정안, 수업모형, 적합한 학습활동, 학습자료의 유형과 투입량, 공개수업에 필요한 발문 등을 함께 고민하며 다듬어갔다. 그 결과 홍 교사는 대회에서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서 수석은 “옆에서 거들었을 뿐, 결정은 교사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사는 “사전, 사후 수업 협의를 통해 좋은 수업을 위한 고민을 많이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교원능력개발연구시범학교인 사곡중. 교사 모두 2번 이상 수업공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서 수석의 거들기는 빛을 발했다. “교수학습과정안 작성부터 같이 하고 싶어요.” 7년차 박미라(사회) 교사의 고민해결은 그 한 예다.
“학부시절 교수학습과정안을 체계적, 학문적으로 배운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과정안 작성에 필요한 구성요소와 왜 그런 게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성하는 건지 여전히 어려워요. 그걸 서 수석님이 1대1 맞춤형 연수를 통해 하나하나 알려주시고, 교과 특성에 따른 특색까지 짚어주셨어요.”
서 수석은 박 교사의 ‘협동학습을 통한 역사신문 만들기’ 공개수업을 도왔다. 학원강사 경력으로 학습내용 전달에 탁월했던 박 교사가 ‘학생 참여, 활동 수업’에 더 다가서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업 관찰과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한 1대1 면담이 이뤄졌다.
한 달에 한번은 전문성 신장 연수를 진행한다. ‘PCK 자기장학방안’ ‘자기수업 브랜드 만들기’ ‘수행평가 서술형 평가문항 제작’ ‘수업설계 및 지도안 작성’ 등이 그 주제다.
주 15시간의 수업. 그 중 3일간의 순회교사 생활 속에서도 동료 교사들의 요청에 교실을 들여다보고 수업을 도와 온 서 수석. 그는 “수업이 공통화제가 되고, 흔쾌히 뭐든 함께 배우려는 분위기가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11월. “이거 한번 배워볼까요?” 모 원격연수원이 제공하는 ‘수업컨설팅과 수업디자인’ 프로그램을 찾아낸 교사들은 한 달 동안 같은 관심사를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