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체벌금지, 전면 무상급식 “안 돼”
현장 실정 맞춰 자율성 존중, 정부와 협력 원해
교육감의 성향과 이념, 직무 방향에 따라 학교장이 느끼는 현장 변화의 정도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긍정적 변화를,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부정적 변화를 느끼고 있었으며, 특히 진보 교육감 당선 지역의 교장들은 교육감 취임 이후 교장의 기능과 역할,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응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7월 26일~5일 한국교총이 민선 교육감 취임 한 달을 맞아 전국 초중고 교장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서울, 경기, 강원, 전북, 전남 등 5개 지역의 교장들은 지역 교육계와 현장이 변화(71.9%)하고 있으며 그 변화가 부정적(73.3%)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교장의 기능과 역할, 위상 역시 76%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응답했다.
반면 보수지역 교육감이 취임한 11개 지역(광주는 아직 임기 전이라 보수로 분류)의 교장들은 긍정적 변화(57.4%)를 느끼고 있으며 교장의 기능과 역할, 위상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56.1%를 차지해 대조를 이뤘다.
현재 교장으로서 가장 시급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지역별로 차이가 뚜렷했다. 진보 교육감 지역 교장들은 학생 교육 및 학업성취 향상 유도(37.5%), 시도교육청 정책 실현(19.6%), 학교관리(14.5%), 전교조 교사와의 갈등/정부정책 실현(11.3%) 순인 반면 보수 교육감 지역 교장들은 학생 교육 및 학업성취 향상 유도(45.9%), 정부정책 실현(22.5%), 전교조 교사와의 갈등(11.1%), 학교 관리(9.7%), 시도교육청 정책 실현(4.9%)으로, 진보교육감 지역에선 ‘시도교육청 정책 실현’에, 보수지역에선 ‘정책 실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감의 충실한 선거공약 이행(1.7%)보다는 현장의 실정과 여론을 반영한 정책 추진(55.7%), 단위학교의 자율성 존중(31.5%), 중앙정부 협력으로 안정적 지역교육 운영(10.9%)을 더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근 이슈가 된 교육정책을 둘러싼 교육현장의 편가르기와 중앙 정부와의 의도적 갈등 조장, 개혁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소모적 이념 싸움으로 인한 일선 학교의 혼란 등에 대한 교장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교육감 선거방식에 대해 교장들은 현행 주민직선 방식(7.8%)보다 학부모, 교사, 학운위원 등 교육관련 이해 당사자들에 의한 간접 선거(70.2%)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와 시도지사 임명제는 각각 16.4%, 4.8%에 불과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내세우고 있는 학생인권조례, 체벌금지, 무상급식 실시 등은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입증됐다.
체벌 전면금지에 대해서는 91.4%의 교장들이 반대를 표명했다. 서울 지역도 91.8%가 반대했다. 체벌 대체 수단으로 검토되고 있는 독후감, 벌점제 등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85.6%로 지배적이었다. 체벌이 전면 금지된다면 효과적 제도에 대해서는 정학·퇴학제도 도입(40.1%), 학부모 소환제(32.4%), 상담교사와 사회복지사 배치(14.3%) 순이었다. 학생인권조례 역시 87.9%가 반대했다.
체벌 전면 금지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교육과 학교 운영, 학부모와의 관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90.6%로 압도적이었다. 전면 무상급식 실시도 74.4%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상급식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서울·강원·전북·경기·전남 등 진보 교육감들 지역에서도 70.1%가 반대했다. 대신 '저소득층 자녀에 국한해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답이 50.5%, '추가 재원을 확보한 후 다른 교육 예산을 축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46% 나왔다. 첫 실시된 교원평가제에 대해서는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72.4%)며 개선해야 한다(95.5%)고 응답했다.
교총 김동석 홍보실장은 “현장에서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방침을 직접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교장들의 평가인 만큼 진보 교육감들은 이런 우려가 지속 또는 현실화되지 않도록 교육현장 안정화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학교장이 자긍심, 권한과 책임을 갖고 직무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