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중독’된 아이들…관심만이 치료제
“변화의 ‘꿈틀거림’ 이해하고 기다려 줘야”
# 서울 A중학교 김모 양은 센터를 찾을 때마다 과자 등 먹을 것을 사온다. 상담사와 복지사들은 매번 고맙다는 말로 아이를 반겼다. 아이의 선물 보따리를 점점 커졌고 부담을 느낀 상담사는 조심스레 이유를 물었다. 아이는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에서”라고 털어놓았다.
# 아침 일찍 위센터에 먼저와 상담사를 기다리는 이모 군. 늘 간단한 단답형 밖에 말하지 않으면서도 “다음에 언제 올래?”라고 물으면 “내일”이라고 답한다. 마음의 문은 못열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라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5일 간 상담받고 떠난 아이들이 전화를 해요. 처음엔 고마웠지만 생각해보니 얼마나 대화할 사람이 없으면 그러겠나 싶어요. 학교에선 문제아로 찍혔으니 눈길 받기 어렵죠. 집엔 아무도 없고 무관심에 외로움을 타는 아이들은 그래서 흡연에 빠지기 쉬워요. 담배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하다시피 한 매개체라고나 할까요.”
상담 경력 10년의 정진희 서울성동교육지원청 wee센터장(사진)은 “교사에게 불손한 행동을 하거나 폭력, 절도 등으로 인해 저희 센터에 맡겨진 아이들은 대부분 문제아라기보다는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라며 “5일 과정의 대안교실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변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변하고자 하는 ‘꿈틀거림’을 앉고 센터를 나선 아이들은 또다시 무관심과 자신을 문제아로 낙인찍는 환경에 처하게 되면, 극복하지 못하고 문제 행동을 반복하기도 한다.
“위센터의 단기교육만으로는 역부족이죠. 지속적인 관찰, 지도를 통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저희 인원이 5~6명이다보니 관내 학생들을 학교에서 원하는 시기에 받는 것도 쉽지 않고, 문제가 아직 남아있음을 알아도 기간이 지나면 보낼 수밖에 없지요.”
지난 2월 문을 연 성동위센터는 현재 센터장과 전문상담교사 1명, 전문상담원 3명, 임상심리사 1명, 사회복지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내년에도 전문상담 인턴교사가 지원될 수 지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황은 열악하지만 미술치료실, 놀이치료실, 개인상담실 등의 시설 확충은 물론 위센터 역할 정립을 위해 학교 진로상담부, 생활지도부 교사 및 위클래스 담당교사와의 정례 간담회 등도 계획하고 있다.
“저는 아이들에게 이곳에 오게 된 것은 ‘위기’지만 여기서 뜀틀을 뛰어 넘듯 ‘기회’를 만들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해줘요.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상처가 많은 이 아이들의 마음을 한 번만 더 쓰다듬어 주시면 좋겠어요.”
“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아이들이 밖으로 내쳐진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려고 한다”는 정 센터장은 “다음엔 좋은 일로 다시 오겠다고 말하며 돌아서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