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는 3월부터 “간접체벌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서울, 경기 등의 일선학교는 곧바로 시행하지 못할 형편이다. 간접체벌을 허용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가 학칙을 마련한다 해도 인가권을 가진 교육감이 거부하면 헛일이 되기 때문이다.
17일 발표된 학교문화선진화방안은 학칙으로 간접체벌을 허용하고, 두발복장 및 휴대폰 소지,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등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7항을 ‘(학생지도는)도구, 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직접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하되, 지도의 구체적인 방법 및 범위는 학칙으로 정한다’는 내용으로 개정한다. 2월중 배포예정인 매뉴얼에 손들고 서있기, 운동장 돌기, 팔굽혀 펴기 등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할 예정이다.
이는 상위법인 시행령에서 간접체벌을 허용하고, 학칙에 위임하는 규정을 둠으로써 체벌 전면금지를 담은 서울, 경기의 인권조례 및 지침을 무력화하겠다는 취지다.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언론․집회 등), 사생활의 자유(두발․복장․휴대폰 등)를 학습권 보호와 학교 질서유지를 위해 제한하는 내용도 학칙으로 정하게 위임규정을 뒀다. 일종의 정학인 ‘출석정지’도 징계의 한 종류로 도입된다. 1회 10일 이내, 연간 30이 범위 내에서 실시하고 그 기간은 무단결석으로 처리된다.
이주호 장관은 브리핑에서 “일부 교육청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을 극복하고 학생지도권을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현행 초중등교육법상 학칙인가권이 교육감에게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학교의 혼란과 교권추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3월 시행령이 개정되면 관행상 4월부터는 일제히 학칙 개정에 들어가야 하지만 서울, 경기 등은 이를 거부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교과부는 교육감 인가권 폐지를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관련법 개정안은 2008년 11월 제출 이후, 2년 넘게 계류돼 언제 처리될 지 미지수다.
이에 대해 이주호 장관은 “시행령을 근거로 학교가 구성원의 합의를 거쳐 마련한 학칙 개정안을 교육감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관철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간접체벌을 포함한 학칙 개정안이 들어온다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고,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학칙을 고치느라)다른 시도는 바빠질 것”이라며 거부방침을 분명히 했다.
결국 일선학교는 교과부의 이번 선진화방안으로 혼란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불만이다. 경기 모 중학교장은 “시행령이 개정돼도 인가권이 교육감에 있는 한 학칙 개정에 나설 교장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서울의 모 고교 교장은 “교과부와 좌파교육감 간의 기싸움에 학교만 고통받고 있다”고 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