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 왜 못돼?” 학부모가 교사 머리채 잡아

2011.10.26 16:54:12

말리던 교사까지 폭행하고도 적반하장 告訴

“금상감인데 교내대회에서 왜 장려상밖에 못 받느냐.” “우리 애가 왜 반장이 안 됐느냐.”

강원도 원주에 있는 초등학교 A교사(26·여)는 지난해부터 학부모 김 모 씨(여)에게 지속적으로 이런 항의를 받아왔다. 김 씨는 수시로 학교에 찾아와 교사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며 언성을 높였다. 지난 2월, 6학년이던 아들이 졸업한 후에도 학교를 찾아와 “내가 이날만을 기다렸다. 밤길 조심하라”는 행패를 부렸다.

마침내 김 씨는 지난 7월2일 교실 복도에서 하교지도를 하던 A교사 앞에 나타나 폭언을 하며 머리채를 붙잡고 흔드는 등 폭행을 가했다. 놀란 A교사가 옆 반 담임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를 말리던 B교사(28·여)가 팔을 맞고 욕설을 들어야 했다. 분이 풀리지 않은 김 씨는 교장실 앞까지 찾아가 난동을 부리다 교무부장인 C교사(44·여)가 말리려 하자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김 씨의 교장실 앞 난동 모습은 동료 교사의 휴대폰 동영상에 그대로 담겼으며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본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다.

학교 측은 즉각 경찰에 신고했고, A교사는 이 사건으로 2주 진단을, B교사와 C교사 역시 각각 10일과 7일의 진단을 받았다. 사건이 발생하자 한국교총과 강원교총(회장 김동수)이 발 빠르게 대응했다. 한국교총 교권국, 강원교총, 교권 119 위원이 학교를 찾아가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원주경찰서를 항의 방문했다.

해결될 줄만 알았던 사건이 다시 해당 교사들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은 김 씨가 당사자인 A교사가 아닌 말리던 B·C교사에게 폭행당했다며 8월7일 맞고소를 하면서부터. 두 교사는 검찰에 기소됐고,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교육청의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학부모 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9월 학교장과 강원도교육감에게 내용증명으로 진정서를 제출하고 ‘교사 측이 거짓진술을 하고 있다’, ‘A교사와의 몸싸움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총과 강원교총은 사건 해결을 위해 9~10월에 거쳐 강원도교육청, 원주경찰서,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장 및 담당 검사를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보강수사와 함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교총은 “이번 사건은 교권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가늠케 하는 대표적 사례”라며 “해당 학부모는 사회정의 차원에서 엄중히 처벌받아야 하고, 학생들 앞에서 욕설․폭언․폭행을 당한 피해교사들은 정당방위라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건의 피해자인 A교사는 교직 포기를 고민하며 병원에 입원, 약물치료를 받았다. A교사는 “목격자와 증거가 있어 빨리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믿지만 나를 도우려다 피해를 입었는데도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고 있는 두 분 선생님의 억울함이 하루빨리 풀렸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상미 smlee24@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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