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고 정책은 실패인가, 성공인가

2011.12.01 20:19:44

<뉴스 view> 학교 향상도로 본 ‘자율고’와 '일반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7월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올해 발표 내용에는 과거에는 없던 ‘학교향상도’라는 항목이 포함됐다. 발표에 앞서 교과부는 이미 여러 차례 “학교향상도는 의미가 큰 지표”라고 강조한바있다. 왜? ‘선발효과’가 아닌 학교에 들어온 이후 성취도가 얼마나 나아졌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처음 발표되는 ‘학교향상도’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전국 1488개 일반고, 특목고, 자율고 중에서 국어 수학 영어 3개 교과별 ‘향상도 우수 100개 학교’의 뚜껑을 열어보니, 자율형공립고(자공고)가 9.5% 9.3%의 자율형사립고가 뒤를 이었다. 일반고는 6.7%, 특목고는 4.8%로 가장 낮았다. ‘자율고가 향상도 100대 학교에 가장 많이 포함됐다’고 착각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3개 교과별 100대 학교 명단, 총 300개 순위 자리에 자공고가 실제 이름을 올린 횟수는 6회에 불과하다. 즉 21개 자공고가 과목별로 총 6번 언급된 만큼 전체 63분의6으로 9.5%라는 비율이 나온 것이다. 교과부의 주장은 ‘자율고 숫자는 일반고보다 훨씬 적은 만큼 100대 학교 명단에 몇 개 포함되지 않았어도 의미가 크다’로 요약된다.

자율고 뿐만이 아니라 ‘사립고가 공립고보다 더 잘 가르치고 있다’고 판단도 하게 만든다. 향상도 평가 대상 전체 1488개 고교 가운데 공립은 868개, 사립은 620개다. 그런데 교과부는 ‘공‧사립고의 100대 학교 비율은 각각 35%와 65%’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무리한 가중치를 주거나 일관성 없는 잣대로 통계를 내면서까지 자율고 실적을 과대 포장하게 만든 데에는 최근 가열되고 있는 ‘자율고 실패’ 논란이 중심에 있다. 올해 자사고 모집에서 지원자가 하나도 없는 학교까지 나오는 등 3년 연속 미달사태가 이어지면서 ‘자율고는 실패’라는 진단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고, 특히 자사고의 실패는 무분별한 선정, 기대에 미치지 않는 교육과정과 그에 비해 비싼 등록금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학한 학생은 “국영수 위주의 수업이 싫었다”면서 “4배에 가까운 등록금을 내고 다닐 만큼 차별화를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향상도 100위권 안에 든 한 자공고의 교사는 “일반계고보다 교육과정 자율권이 높아 국영수 시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자율고가 선발권은 없지만 지원할 때부터 공부에 흥미가 없거나 내신이 낮은 학생들은 오지 않는 선별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단순 학교별 학업성취 변화 정도를 공시하는 것에서 벗어나 학교가 학생의 학업성취 향상을 위해 노력한 점을 평가하려 한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향상도의 기준이 되는 ‘기대되는 성취도 점수’(현재 고2 학생의 중3 성적을 토대로 비슷한 점수대의 고교를 묶은 뒤 이 학교들의 올해 학업성취도 성적을 평균해 산출)의 모호성까지 들춰내지 않더라도 겨우 1~2%포인트를 차이를 갖고 ‘두드러지게 높다’고 표현하면서까지 자율고의 ‘성공’을 과대 포장하는 것은 우습다. 향상도 평가 발표지가 된 구현고 인근 일반계고 교사의 한(恨)서린 말을 교과부는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교과부는 자율고와 마이스터고를, 서울시는 혁신학교만 지원하고 띄운다. 최상위권 학생은 특목고로, 중상위권 아이들은 특성화고와 자율고로 다 빠져나가 교실에서 잠만 자는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그렇지 않아도 자괴감에 빠져있는 일반 공립고 교사의 심정과 상처를 아는가. 이번 줄 세우기에서 특목고가 꼴찌라고 영향을 받겠는가.”

학교 향상도는 고교별 2학년 학생들의 올해 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을 이들이 중3 때 치른 학업성취도평가 성적과 비교해 향상 정도를 백분율로 계산(실제 점수-기대 점수/기대 점수×100%)한 것이다. 이주호 장관은 “향상도에 다양한 변인이 있지만 2년 간 학생소득이 크게 변하지 않고 학부모 학력도 변하지 않으므로 성취도보다는 여러 변인이 통제된다”며 “성취도보다 향상도 측정이 학교의 노력 정도를 아는 데는 더 정확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학교향상도가 높은 학교는 그만큼 잘 가르치는 고교’라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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