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서 대학처럼 교사ㆍ과목 선택해 방과후 수업

2012.01.18 14:02:46

울산시 남구 우신고등학교(교장 김종수) 교사들은 최근 '학생을 잘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고 자기 계발 연수를 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수업을 알차고 재미있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개설한 방과 후 수업 강좌에 학생이 몰리지 않아 자존심을 구기고 인기 교사와 강의료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우신고는 지난해 2학기부터 학생이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방과 후 수업의 교사와 강좌를 고르는 '교사 실명 방과 후 수업 선택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학교 측은 이 제도를 실시한 결과 이번 겨울방학 때 인기 교사와 비인기 교사의 방과 후 수업 강의료가 한 달 최고 25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인기 교사에게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1명이 여러 강좌를 개설해 많은 강의료를 받지만 학생의 선택에서 제외된 교사는 단 1개의 강좌도 개설하지 못해 수입을 전혀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 김 교장은 "학교에서 품격을 갖춘 교사로부터 수준 높은 강좌를 들을 수 있으면 공교육의 신뢰는 자연히 회복된다"며 "이 제도를 시행하고 나서 수업에 임하는 교사들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 학교 2학년 김민서 양은 "그동안 보충수업은 자기의사와 관계없이 이뤄져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교사를 선택하는 보충수업을 하고 나서 실제 모자라는 부분을 보강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신고 말고도 울산에서는 지난해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한 중구 성신고등학교(교장 오수용)가 2009년부터 방과 후 수업 교사 실명제를, 북구 무룡고등학교(교장 류동년)가 2008년부터 방과 후 수업 강좌 선택제를 운영하고 있다.

성신고의 오 교장은 "학생들은 정규 수업을 잘하는 교사에게 방과 후 수업을 신청한다"며 "거꾸로 말하자면 방과 후 수업 교사 실명제가 정규 수업의 수준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이 방과 후 수업을 가르칠 교사와 강좌를 직접 선택하는 것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일부 예ㆍ체능계열 강좌의 경우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 때문에 강좌를 개설해도 강의를 듣기 꺼리는 학생이 많고 방과 후 수업 강의료가 차이가 나다 보니 교사 간의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 울산지부 조용식 지부장은 "학생에게 방과 후 수업 강좌뿐만 아니라 교사까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교사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어 신중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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