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 에피소드, 역사적 맥락 등 통해 흥미 부여
학습자‧삶‧눈높이 맞춤형 3단계 수업환경 중요
■ 호기심 끌기=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2차 곡선의 성질을 응용한 포물경과 정밀한 투척기는 아이들로부터 수학을 접하는데 호기심을 끌어낼 수 있다. ‘우리겨레수학 이야기’라는 책에서 발견한 홍정하와 하국주의 대결은 다항방정식에 대한 모범사례가 될 수 있고 과거부터 이어져 온 한국인의 뛰어난 수학실력에 대한 자부심을 통해 학습동기를 만들어 준다. 가스파르 몽주나 라그랑주와 같은 수학자들의 삶을 통해 프랑스 대혁명을 비롯한 사회의 변화와 시대적 사상에 대해 수학자들이 이바지 해 온 색다른 사실을 알게 해 주고 카르다노와 타르탈리아, 뉴튼과 라이프니츠 등의 논쟁도 매우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면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고 이는 곧 탄탄한 논리력으로 연결된다.
■ 3단계 모형=핀란드를 비롯한 성공한 교육의 모델로 제시되는 ‘프레네 교육’과 같이 우리가 꿈꾸는 좋은 수업의 상(像)은 ‘학습자 주도의 수업,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수업, 자신의 삶과 연관된 내용의 수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으로 아래와 같이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 프로젝트형 수업모형: 학생 스스로 주제에 맞춰 진도를 계획하고 협력적으로 조사와 정리, 발표와 평가로 수업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자료를 제공해 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학생들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은 잊혀지지 않는 최고의 교재가 되며 다른 학생들의 자료도 비슷한 눈높이의 흥미 있는 교재로 상생하게 된다. 한 학기에 1~2회가 적절하다.
• 수업환경: 학생들의 특성과 학교의 교육방향에 부합할 수 있도록 수학교실을 설계한다. 수학 관련 도서의 영역별 확충, 교구 구입 및 제작을 통한 체험학습 확대, 스터디룸 제공, 온․오프라인 전산망 구축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 탐방활동: 탐방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능동적인 학습력을 기를 수 있다. 과학관이나 발표회와 같은 갖추어진 학습장을 찾아 얻고자하는 정보를 위해 철저한 조사를 한다. 보고서 작성을 마친 후 발표와 토론을 통해 학생들 간에 더 많은 정보와 판단을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수학수업 독서연계 교육 사례
•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는 논제 선정=선수학습이 잘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모두 고르게 참여하는 활발한 토론을 위해서는 다양한 답들이 존재하는 논제가 제시되어야 한다. 무한등비급수의 수렴형태를 설명하고 예를 들어보자. 이 경우 ‘무한등비급수와 부분수열의 무한합’이라는 답변이 나올 수 있고 (는 상수) 와 같이 또 다른 형태도 제시될 수 있다. 나올 수 있는 사례가 수없이 많아질 수 있어 누구라도 새로운 답을 제시하며 토론참여가 가능하다.
좋은 예1) 무한등비급수의 수렴형태를 설명하고 예는 무엇인가?
나쁜 예1) 무한등비급수가 수렴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토론이 몇 차례 진행되고 어느 정도 책 읽기도 병행된 후에는 토론의 주제를 학생 스스로가 정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무엇이 이해되지 않는지, 어떤 점이 핵심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스스로 선정한 주제에 훨씬 더 많은 애착을 가지기 마련이다. 교사도 주제를 선정하는 토론을 지켜보며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설정하는데 참고할 수 있다.
• 교사의 개입 최소화=학생의 의견에 많은 오류가 있을지라도 교사는 학생 스스로가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기다려야 한다. 논점을 심각하게 벗어날 경우 잠깐의 교통정리는 필요하다. 그렇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 시 다음 시간의 과제로 넘기더라도 학생들 간에 토론과 연구를 통해 풀어나가도록 해야한다. 최소 5회를 넘어서면 그들만의 리더에 의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다.
•홍운탁월법=동양화법 중 하나로 형체를 나타내지 않고 드러내는 방법으로 ‘홍운탁월법(烘雲託月法)’이 있다. 수묵(水墨)으로 달을 그리고자 할 때 달은 남겨둔 채 나머지 부분을 채색하는 원리다. 수학의 토론수업도 이처럼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세계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도전과 같다. 한꺼번에 다 드러내면 보이는 것만 생각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간접적으로 설명하면 학생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키울 수 있다.
• 게임을 통한 원리 찾기=각종 체험활동을 통해 원리를 체득할 수 있다. 수준별 학습지를 나눠주고 모둠별로 협동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그래픽) 활동적인 과제를 부여할 때 소외되거나 방관하는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 편성 등 준비 단계부터 각별히 신경써야한다. 또 지나치게 산만해지지 않도록 주의사항을 숙지시키고 활동시간을 정해 놓는다. 교사가 미리 원리를 설명하면 흥미도가 떨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한다. 또 핵심요약(3점), 가장 먼저 해결(3점), 교과서 내 보편적인 예(1점), 일반사례(2점), 기발하고 창의적인 예(3점) 등과 같이 발표 시 부가점수 기준을 정하는 것도 학습욕구를 높일 수 있다.

투시‧원근‧여론조사… “다 수학 아닙니까”
▨ 조달현 교사의 삶 연계 창의수학 지도법
경기 남양주 광동고 조달현 교사(40․사진)는 “수학 과정이 제대로만 녹여진다면 민주시민의 기본소양을 갖추는데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입시부담이 큰 고교 수업일지라도 단원 당 2시간 정도를 할애해 잘만 활용한다면 수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사가 말하는 삶과 연계한 창의적 수학교육법을 들어봤다.

- 독서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본질이 흐려지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궁리 끝에 수학사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나 유명한 수학자들의 실화를 토대로 한 독서내용을 도입해 아이들 생각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켜주고 싶었다.”
- 수학과 연계한 독서교육의 효과는 무엇인가.
“막연한 수학학습보다는 각 단원별 학습목적을 분명하게끔 만들어준다. 실제 운영해본 결과 학습능력이 부진한 아이들에게 더 높은 호응과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었다. 또 수학만큼 우리의 삶과 밀접한 과목은 없다. 예를 들어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미술 과목의 ‘투시도’, ‘원근법’ 등도 수학적 접근을 통해 풀어낼 수 있고 선거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수학의 ‘확률’, ‘통계’를 통해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민주시민의 기본소양을 갖추는데도 수학과정이 제대로만 녹여진다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 가장 중요한 과정을 꼽는다면.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완벽한 준비를 통해 학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사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깃거리를 대입하면서 시간을 점차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 가장 적합한 자료를 발췌하는 것이 효과와 아이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빡빡한 자료의 정독은 자칫 지루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진도에 대한 부담은.
“고교수학은 1단원 당 20시간 정도가 부여되는데 2~3시간을 빼도 진도에 무리가 없다. 이 시간에 학습동기와 맥락에 따라 독서활용을 극대화하면 수업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 지난달 10일 발표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 대한 의견은.
“사고력과 창의력 향상을 주요 골자로 한 교과부 안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고 판단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 창의력 향상은 통합적인 교과운영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2009년, 2010년의 교육과정을 보면 이론의 맥락을 따지지 않은 채 오히려 단원의 내용을 세분화 시켜 스킬습득에 치우치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다. 교과과정의 통합운영 없이 창의력 향상을 외치는 건 몸 따로 머리 따로 움직이는 격 밖에 안 된다.”
- 새 학기에는 어떤 수업을 할 계획인가.
“7년 동안 추진했던 수업방식은 ‘나홀로 실험’에 가까웠다. 이제는 실험을 통해 얻어진 경험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담아내고 싶다.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함께 중등교과 관련 도서를 리스트 업(List-Up)하고 구체적인 활용법을 제시하고 싶다. 또 학급별 학년별에 따른 수업교안을 만들어 독서교육을 활용한 수학 교수법의 방법을 널리 공유하고 싶다.”
삶 연계 실용 수학이란 이런 것!
▨ 김연아와 삼각함수=

교과부가 최근 내놓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요소를 대폭 넣은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은 어떤 교과서를 의미하는 것일까. 김연아의 사진이 실려 화제가 된 호튼 미플린 하코트 출판사가 펴낸 수학 교과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김연아 사진은 두 차례 나온다. 첫 번째는 ‘각도 측정은 일상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피겨스케이트 선수) 점프 동작에서의 각도를 구하라는 문제가 263쪽에 있다’는 문구 아래 김연아의 사진이 실렸다. 또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악셀 점프(앞으로 뛰어 회전하고 뒤로 내리기)’를 할 때 회전수에 따른 각도를 구하라는 연습문제에도 김연아 사진을 담았다.
이 교과서는 삼각함수 기본개념을 풀어가면서 수학이 생활과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스포츠 스타의 사진을 쓴 것이다. 우리나라 고교 수학교과서에서도 같은 개념을 설명하고 있지만, 피겨스케이트 선수 등의 스포츠 동작과 관련지어 설명한 교과서는 드물다. 초상권 문제 때문에 김연아의 사진을 싣기 어려운 점도 원인 중 하나다. 이번 미국 교과서도 김연아 측의 사전 동의를 받지는 않았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는 “교육적 목적으로 사용된 만큼 초상권 관련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