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소녀 마음 사로잡은 ‘뉴스포츠’

2012.06.14 09:49:56

인천 신송중의 여학생 맞춤형 체육수업


경쟁 보다 교감…단순반복 보단 재미
외모·신체특성 등 세심한 배려는 필수

여름 불볕더위 속에서도 축구공 하나만 있으면 땀 뻘뻘 흘리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뛰어다니는 남학생들, 그리고 나무 그늘에 삼삼오오 모여 서로 이야기하는 여학생들. 무척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체육수업시간 풍경이다.

그러나 인천 송도신도시에 터를 잡고 있는 신송중(교장 원유자) 체육시간은 사뭇 다르다.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모습은 체육이 남학생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이야기가 무색해질 정도다.

신송중 여학생들이 체육의 매력에 흠뻑 빠진 데는 기존 스포츠를 쉽고 안전하게 변형시켜 만들어진 뉴스포츠의 역할이 컸다. 애드벌룬을 연상시키는 크고 가벼운 공을 이용해 서브와 리시브를 주고받으며 점수를 내는 킨볼, 스펀지로 만들어진 큰 주사위 볼을 이용한 스캐터볼, 높은 림 대신 훌라후프를 골대로 쓰는 변형 농구 등 학교 강당에서 실시되는 다양한 뉴스포츠 프로그램은 체육시간이 되면 썬크림과 거울부터 챙기던 사춘기 소녀들에게 운동의 참맛을 일깨워주었다.

그동안 다양한 체육프로그램을 도입, 신송중 체육활성화에 지대한 역할을 해온 노수신 교사는 "냉난방 시설이 잘 갖춰진 강당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형 프로그램을 실시한 것이 좋은 여학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노 교사는 "남학생들은 경쟁을 즐기고 주변 시선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 반면, 여학생들은 감성의 교류를 중요하게 여기고 외모가 흐트러지는 것에도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를 고려해 각기 다른 방식의 수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통점은 재미가 있어야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농구를 예로 들면, 여학생들은 기본동작도 잘 모르기 때문에 경기를 한다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과거에는 단순하게 슛이나 드리블 등을 반복 숙달시키는 수업을 했었는데, 이런 수업은 재미가 없기 때문에 참여도 하지 않고 실제 학생들에게 도움도 되지 못했다.

이에 대안으로 나온 것이 훌라후프 농구다. 높이 매달린 림 대신 큰 훌라후프를 골대 삼아, 드리블이나 신체 접촉 없이 패스와 슛만으로 경기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여학생들도 무리 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이 단계에 익숙해지면 드리블, 신체접촉 등의 제한을 하나씩 풀어 난이도를 높이며 정식농구에 가까워 질 수 있도록 한다. 단순반복이 아닌 게임형식으로 하나씩 배워나가기 때문에 중도에 싫증 내지 않고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게 기존 방식과는 큰 차이다.

2학년 고다혜 학생은 “축구, 농구 같은 운동은 어렵고 자칫 다칠 수도 있을 것 같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는데, 킨볼이나 스캐터볼 같은 게임은 어렵지 않아 다들 좋아한다”며 "평소 운동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처음 보는 게임을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으니 신기하고 재밌을 뿐 아니라 협동심도 길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교사는 "게임형 체육수업을 진행하다보면 학생 개개인의 특성이 확연히 들어난다"며 "체육활동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 에만 주목하지 말고 활동 중에 나타나는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 등을 바로 잡아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교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프로그램 구성 시 학생들의 행동을 어떻게 잡아줄지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송중은 이처럼 체육수업 하나하나를 학생들에게 맞춰 재구성하고, 충분한 체육예산을 편성해 다양한 형태의 스포츠에 필요한 기자재를 확보했다. 또 여학생들이 외모에 대한 걱정 없이 체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냉난방 시설도 충분히 가동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신송중에서는 2010년에 이미 학생 74%가 학교스포츠클럽에 가입했고, 2008년 각각 41%, 27%에 달했던 비만·저체력 학생 비율이 2011년에는 2.3%, 15%로 크게 낮아졌다. 학업성취도 역시 인천 관내 133개 중학교중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학교 원유자 교장은 "전인교육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체육인데 여학생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서는 안 된다"면서 "학교가 좋은 프로그램과 환경을 제공해 모든 학생이 건강한 심신을 가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중민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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