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우대 요구'에 교육계 "변종 고교등급제 안돼"
혁신학교 학부모 설명회에서 “새로운 입시명문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201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이 서울 중위권 대학 5, 6곳과 혁신학교 출신자에 대한 평가항목을 도입하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한국일보가 21일, 25일 연달아 보도했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사업이다. 도입 3년째를 맞는 혁신학교는 올해 첫 고교 졸업생을 배출하고 대학에 진학한다. 혁신교육을 하면 성적·창의성·지성 모두에 효과적이라고 선전해 왔지만 진학률이 저조할 경우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을 우려해 물밑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교육계를 비롯한 현장 교원들은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각종 지원을 몰아준 것도 모자라 대입까지 특혜를 주려는 것에 그동안 참았던 혁신교육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A고 B교장은 “혁신학교 도입 후 사립 교장들 사이에서는 공·사립 간 차별이 심해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대입까지 차별을 두려한다면 참 심각한 문제”라며 씁쓸해 했다. 대전 C고 D교장은 “여러 대학이 암암리에 고교등급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소문 때문에 학생들 사기가 꺾인 마당에 교육청까지 나서 특정학교에 대한 우대를 요청했다니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경기도 혁신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우리학교가 왜 혁신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지 모르겠다”며 “대입지도에 있어 다른 학교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경기도의 한 교장은 “혁신학교가 좋은 학교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재정을 1억, 1억2000씩 지원한 학교와 다른 학교의 실적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그는 “교육이 돈으로 되기도 하지만 문제는 사람”이라며 “혁신학교라는 이름에 걸맞은 학교가 얼마나 되는지 한 번 따져보자”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혁신학교 교육과정이 입학사정관전형의 취지에 부합하는 만큼 각 대학으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을 뿐 혁신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우대해달라고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6일 강원 횡성에서 열리는 혁신학교 교사 워크숍에 이들 대학 관계자들을 초청, 혁신학교 교육과정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어서 논란이 쉽게 가라앉기는 힘들 전망이다.
한국교총은 “만약 경기도교육청이 대학에 혁신학교 출신자 우대를 요청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고교등급제와 다를 바 없다”며 “김 교육감이 특목고의 어떤 우대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교육철학적 신념을 나타내면서도, 혁신학교 대입 특혜를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교육철학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교총은 또 “입학사정관제도는 학교성적과 수능 등으로 미처 드러나지 못하는 학생의 잠재력과 각 대학에서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제도”라며 “특목고를 비롯한 특수한 학교 학생에게만 유리한 입학전형 도입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