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교육자치 본질 훼손?…시·도 권한 OECD 1위

2012.09.19 17:41:13

직선교육감 5년, 학교 손발 정말 묶였다
교과부‧지원청‧학교 권한 평균 이하

평가권 포함 ‘계획·구조’ 영향력은 중앙이 더 높고
‘인사예산권’ 시도가 높은 권한 구조가 갈등 불러와




일부 시도교육감들이 중앙정부인 교육과학기술부와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교과부가 교육자치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선진국에서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OECD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34개 가입국 중 시도교육청의 권한이 가장 큰 나라였기 때문이다.

11일 발표된 OECD 교육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시도교육청이 가진 의사결정권 비율이 가입국 중 가장 높은 32%로 나타났다. 2위인 일본(31%)과는 비슷하지만 그 뒤를 이은 터키(20%), 이탈리아(19%), 프랑스(16%)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의사결정권 비율’ 지표는 중학교 교육에 대한 인사, 예산집행, 교육과정, 학사 등 46개 항목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중앙정부에서 단위학교까지 각 단계별로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조사한 지표다. 미국처럼 주정부가 있는 경우 주정부는 정부로 산정됐지만, 별도 법령을 가진 미국 주정부 의사결정권도 25%밖에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 시도교육청의 권한이 적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도교육청의 권한이 큰 반면 교과부, 교육지원청, 단위 학교의 권한은 모두 OECD 평균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그간 시도교육감 선거 때마다 언급됐듯이 인사권과 예산집행권은 막대했다. 인사에서 시도교육청이 갖는 권한의 비율은 54%로 일본(58%)에 이어 2위다. 인사권을 50% 이상 시도에서 행사하는 나라는 이탈라이아를 포함해 3개국뿐이다. 예산을 포함한 자원 관리 영역도 52%로 일본(65%)에 이어 2위며, 예산집행권은 한국과 일본만이 50%를 넘는다.

인사·예산집행권에서 일본에 이어 2위인 우리나라가 전체 의사결정권에서 1위를 차지한 이유는 학교 설립, 교육과정 설계 등을 포괄하는 ‘계획과 구조’ 영역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시도교육청이 아닌 교육지원청(20%)에 의사결정권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시도교육청이 결정권(20%)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지원청이 갖는 의사결정권(4%)은 공동 25위로 권한을 가진 교육지원청이 존재하는 나라 중 꼴찌다.

그러나 막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시도교육청에 의해 우리나라 교육자치는 제대로 정착되고 있을까. 그렇게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표가 눈에 띈다. 제도적으로는 많은 권한을 이양했음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직접 의사결정을 하는 사안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과부의 의사결정권 비율(25%)은 OECD 평균(36%)보다 여전히 낮지만, 중앙정부와 주정부를 분리해 교과부의 의사결정권만 놓고 비교하면 OECD 평균(24%)보다 높다.

시도교육청도, 교과부도 권한이 많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이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학교현장 자율권이 줄어든 것이다. 의사결정권 변화 추이를 조사한 지표에 따르면, 단위학교의 의사결정권은 직선교육감 취임 전까지 소폭 증가(2003년 48%→2007년 49%)하다가 교육감직선제 이후 대폭 감소(2011년 42%)했다.

결국 OECD보고서에 따르면,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놓고 벌인 교과부와 시도교육청 대립은 교과부와 시도교육청 권한 경쟁에 학교 현장만 희생되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에 불과하다. 교육과정 설계 및 평가권이 포함된 ‘계획과 구조’의 영향력은 중앙(50%)이 시도(20%)보다 높고, ‘인사권’은 시도(54%)가 중앙(33%)보다 높은 의사결정권 비율로 볼 때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태라는 설명이다. 교총은 “교과부의 학교자율화 조치가 시도 단계에서 머무는 병목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한 진정한 교육자치, 학교자치는 요원하다”며 “OECD 선진국처럼 단위학교 의사결정비율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정은수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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