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병설유치원에 학부모가 몽둥이를 들고 나타났다. 이 학부모는 다짜고짜 교실로 들어가 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몽둥이로 폭행했다. 학부모가 아들이 유치원에 잘 도착했는지 확인 전화를 해 바꿔달라고 요구하자 교사가 “아이를 불러올까요?”, “잠시 기다리시겠어요?”하고 말대답을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학교 현장에 교권침해 사례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학기에만 총 4477건으로 이미 지난 한 해 교권침해 건수(4801건)에 육박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강은희(새누리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교권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570건이던 교권침해 건수는 2010년 2226건, 2011년 4801건, 2012년 1학기 4477건으로 해마다 크게 늘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도 매년 증가해 2009년 11건이었다가 올해는 1학기에만 95건을 기록하는 등 8배 이상 늘었다. 학교 급별로는 초등은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중학교는 교사 성희롱, 고교는 수업방해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지역별로는 학생인권조례를 본격 시행한 2011년을 기점으로 서울, 경기의 교권침해 건수가 급증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의 경우 2009년 430건, 2010년 685건이었으나 2011년 1319건으로 늘어났고 2012년에는 1학기에만 1046건에 달했다. 경기도도 131건(2009년), 130건(2010년), 665건(2011년), 885건(2012년)으로 교권침해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강은희 의원은 “적극적 교권침해 예방과 엄정한 대응, 피해교원 치유 지원 등을 통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에 앞서 교권침해 보도자료를 낸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도 “교사들의 인권도 바로 서지 못하는 교육현장에서는 학생 인권도 바로 설 수 없다”며 “서울, 경기, 광주, 충북 등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지역에서 교권침해가 더 심각한 이유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자료 요구도 빗발쳤다. 새누리당 강은희·이에리사·김태원·이학재·민병주·서상기·이군현 의원, 민주통합당에서는 유기홍·이상민·우홍식 의원 등이 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교권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은 아직도 요원한 상태다. 새누리당 서상기·이학재·박인숙 의원, 민주통합당 박성호 의원, 무소속 현영희 의원 등 5명이 각각 교권보호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공청회 이후 일괄 논의하기로 미뤄놓은 상태다.
경기도 한 중학교 교장은 “당장 교원들은 학생생활지도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고 명퇴가 늘어나는 등 학교현장이 엉망이 되고 있지만 시의회도, 국회의원도 교권침해가 급증했다고 보도자료만 냈지 학교에서 체감할 교권보호대책을 위해서는 아무도 노력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교육이 어떻게 될지 걱정스러울 뿐”이라고 토로했다. 교총 관계자는 “교권침해가 매년 증가해 교원의 사기가 갈수록 저하되고 학교에서는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궁극적으로 교원이 정당한 교육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교권보호법이 하루 빨리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