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서울로, 강남에서 외국으로
주민과 학생이동 방향은 정반대
대입제도가 변수, 조기 유학 붐
유학 도미노 현상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강남에서 외국'으로의 연쇄반응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이러한 이동은
지역간 주민 이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시사점을 더해 주고 있다. 연쇄적인 전·유학 현상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입시제도의 변화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유학생 숫자도 고교생은 지난해에 비해 별로 변화가 없는 반면 중학생은 급증하고 있다. 지역별로도 큰 차이가 있다. 서울의 강남 지역 등에서는
조기 유학 붐까지 크게 불고 있어 교육의 부익부빈익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1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01년 서울에서 유학·이민을 위해 학교를 그만둔 중·고교생은 4376명으로 2000년 3707명보다
18%(669명) 증가했다. 이 중 고교생은 지난해 1908명으로 전년의 1906명과 별다른 변동이 없었지만 중학생은 2000년 1801명에서
지난해 2468명으로 37%나 늘었다. 특히 강남교육청 관내에서 유학과 이민을 위해 자퇴한 중학생은 지난해 601명으로 2000년 354명보다
69.8%나 증가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각각 91명이었던 동부·성북교육청보다 6.6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이한 사실은 2001년 1월부터 11월까지 시·도간 인구 이동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서울이 전입보다는 전출인구가 9만8465명이나 많은 데도
중학생은 반대로 전입생이 3292명 많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경기도의 중학생 전·출입 숫자와도 무관하지 않다. 경기도 중학생의 경우
2000년도에는 전입생이 많았지만 2001년도에는 거꾸로 전출학생의 숫자가 더 많았다. 경기도의 2001년도(1월∼11월) 시·도간 인구 이동
상황에서 전입인구가 전출인구보다 23만1880명이나 많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일반 인구 이동과 교육인구 이동이 심각한 부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당에서 서울로 전입한 고교생은 2000년도 175명에서 2001년도에 257명으로 46% 증가했고, 강남 지역으로의 전입생은
같은 기간 동안 72명에서 119명으로 65% 증가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그것도 강남으로의 전입생이 폭증한 것에는 "분당과 일산의 고교평준화제도가 해제되면서 교육환경이 좋은 강남으로 전학한 것이
아니겠냐"고 분당의 중학교 김 모 교사는 진단한다. 유명학원이 밀집해 있어 '사교육 특별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강남 대치동의 부동산 가격은
전입하는 학생들이 떠받치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강남 지역의 중학교는 유학과 이민을 위한 자퇴생이 많아
전입생보다는 전출생이 많다. 언북중학교 김창학 교사는 "압구정동의 K중학교는 학급당 평균 8명 정도의 학생들이 유학을 떠나 오히려 정원에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강남의 중학생 조기유학 붐에 대해 "학부모들 사이에는 이왕이면 빨리 보내는 게 낫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상규 중등교육과장(강남교육청)은 "강남 지역 중학생 사이에 유학 붐이 일고 있다는 보도는 과장된 측면이 많다"고 말혔다.
2001년도(3월∼11월) 강남 관내에서 유학· 이민· 이주를 목적으로 학교를 자퇴한 중학생이 전년도(599명)에 비해서 63명이 증가했지만
순수 유학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최 과장은 중학생 유학은 불법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아 숫자 파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종찬 chan@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