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배 조선대 교수
2002학년도 입시가 지금 대학별로 한창 진행중이다. 그런데 지난 정시 모집입학 원서 접수 창구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수능점수분포표'를
공개하지 않은 까닭에 예상대로 예년보다 더 극심한 눈치 작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개인의 적성이나 특기 등을 완전히 무시한 채 눈치 작전으로
학과나 대학을 선택해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모습에 안타까웠다.
이런 가운데 다시금 2005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발표돼 수험생과 학부모, 일선 학교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개편안의 주요 골자는 고교 1학년까지는 모든 과목을 골고루 배우도록 한 뒤, 2학년 때부터 진로를 정해 거기에 맞는 과목만을 골라 공부하게
함으로써 수험생들의 선택의 폭을 대폭 늘려 준다는 것이다. 물론 학생의 적성과 특기에 따라 심화 선택 과목제를 강화하고 선택 과목 축소로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대학도 특성에 맞춰 입시 제도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시·교육 정책의 잦은 변경은 공교육 정상화 및 사교육비 절감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고 학생, 학부모에게 혼란과 고통만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부의 대입 수능 정책이 교육 현장의 여건을 무시한 채 3년만에 또 다시 바뀐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일선 교사들도 `취지는 좋으나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론'이라며 벌써부터 공교육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작년 발표한 `2000년 과외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 기준 연간 총과외비는 99년도 대비 2만 4000원 높아진
88만 9000원이었다. 특히 초등 학생은 1인당 총과외비가 12만원 높아졌다. 과외한 학생 1인당 평균 과외비는 연간 133만 5000원으로
99년도보다 7만 8000원 증가했다. 과외 학생 기준 연간 총과외비는 151만원 이상이 28.7%로 가장 비율이 높았다. 반면 30만원 이하는
99년도보다 무려 10.7%나 떨어진 16.6%에 불과해 날이 갈수록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새로운 수능 제도는 결국 과외비의 증가를 가져와 가정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학교 수업 즉, 공교육의 파행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
까닭은 특정 과목에 대한 편중 현상을 부채질하고 대학마다 요구하는 과목이 다양해 선택 과목에 대한 학원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교육에 대한 끝없는 불신으로 일부 학생들에게 학교는 더 이상 공부하는 곳이 아니다. 수업 시간에 만화나 다른 과목의 책을 보기도 하고
잠을 자도 교사들은 이를 방치한다. 반면에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사설 학원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족집게' 강사의 말은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경청을 하고 진학이나 인생 상담도 이들 강사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설 학원 강사들은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체벌도 가능하지만 학교에서의 체벌은 112에 신고를 당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공교육의 현주소다.
사실 대학 입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경쟁적으로 공표되고 시행되어 왔지만 번번이
수요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고통만을 제공했을 뿐이다. 그 까닭은 학벌 위주, 간판 위주의 한국적인 교육 풍토를 도외시한 채 우리 실정에
맞지도 않는 선진국의 입시 제도를 직수입해 무리하게 적용하고 일부 무능한 교육 관료들의 이기심과 사이비 교육학자들이 교육의 파행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이 해야 할 일은 이미 지적됐거나 예견되는 문제점들을 주도 면밀하게 검토해 보완해 나가는 것이다. 특히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우수 교원을
확보하고 획기적인 교사 처우 개선, 노후 시설 및 실험 실습 환경의 개선, 그리고 공교육의 불신 해소 대책 등 다양하고 현실적인 대안들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현장 중심적인 사고로 정책을 모색하고 추진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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