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절대다수 아시아 출신
아시아언어·지역학 교육 필요
정부 차원 교육프로그램 주문
캐나다에서 최근 아시아의 언어, 문화, 지역사정 등을 공교육 과정에 반영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전문지식 습득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캐나다의 아·태지역 관문인 브리티시콜롬비아 주에 있는 캐나다 아태재단(Asia Pacific Foundation of Canada)이 토론토대의 ‘캐나다의 당면과제: 향후 세대의 아·태지역 전문성 확보’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자치단체는 여전히 영국, 프랑스 등 유럽과 국경을 맞댄 미국 중심의 학교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간 25만 여명에 달하는 이민자의 절대다수가 필리핀,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출신이지만 교육은 기존의 유럽 일변도에 고착돼 새로운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계일학으로 활발한 교육이 이뤄지는 곳은 앨버타 주 수도 에드먼턴이다. 에드먼턴은 시교육청 주도로 초·중등 학생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중국어, 일본어, 펀자브어 등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중국어는 유치원부터 고교 졸업반까지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가 있고 6학년부터 6년간, 10학년부터 3년간 중국어 심화교육을 가르치는 곳도 있다.
언어교육 외에도 아시아 사회, 지리, 역사 과목 등을 통해 아시아지역 사정을 다루는데 특히 일본은 별도의 단원을 두고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에드먼턴 다음으로 아시아 언어와 지역사정 교육이 나름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은 홍콩의 중국반환을 앞두고 홍콩출신들이 밀려든 브리티시콜롬비아 주 밴쿠버(일명 ‘홍쿠버’)와 캐나다 최대도시인 온타리오 주 토론토다.
밴쿠버는 초등부터 중국어 심화교육을 하는 학교가 2개교 있고, 9~12학년 외국어 수업에 중국어가 포함돼 있을 정도다. 현재 진행 중인 브리티시콜롬비아 주 교육과정 개편안작업에서도 중국을 위시한 아·태지역에 대한 교육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중국 이민자가 많은 토론토 역시 초등학교에 중국어와 광둥어 과정이 개설돼 모두 1만 여명의 초등학생들이 이 두 언어를 배우고 있다. 대학의 경우도 대부분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강좌가 개설돼 있어 아시아 언어교육이 낯설지 않다.
문제는 이들 아시아 언어를 배우는 학생들 자체가 해당 아시아국가 출신들이라 캐나다 사회 전체로 확산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지역사정 교육이란 것도 알고 보면 중국어 교육 일색이다. 그것도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이라는 중국정부의 해외 중국어교육센터 지원으로 진행된다는 근본적 문제에 봉착해 있다. 에드먼턴 시교육청의 중국어 교육도 바로 이 공자학원의 지원을 받는 13개 학교에 국한돼 있다.
공자학원의 캐나다 진출은 2008년 브리티시콜롬비아 공과대에 첫 선을 보인 이후 현재 12개 캐나다 대학에서 중국어 교육과 중국문화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공자학원이 이들 대학 강좌의 교재, 강사, 재정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사 선발에도 입김을 불어넣는 사태가 발생해 맥매스터대의 경우 공자학원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아태재단이 지적하는 캐나다 아시아 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은 범 중앙정부 차원의 교육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10만 명의 학생들을 중국에 파견, 중국어와 중국이해에 박차를 가한다는 ‘10만 중국통 양성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지만 캐나다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없다.
재단은 또 캐나다에 유학중인 외국학생이 26만5000명에 달하나 캐나다 학생의 외국유학비율은 3%에 불과해 국제감각을 가진 인력양성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독일의 경우, 해외 유학생 비율이 30%, 호주도 6%가 넘는다는 것이 재단 측의 설명이다. 재단은 “그나마 이들 유학생의 행선지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일색이라 아시아 이해는 요원하다”며 “정치권과 교육계의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