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됐는데 초등 돌봄교실은 아직 공사 중이다. 준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이렇게 ‘돌봄 안 되는 돌봄교실’이 된 것이다. 돌봄을 받아야 할 학생과 부모들은 발을 동동 구르지만 교실이 완성되지 않아 개원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장을 모르는 책상머리 교육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중소도시 학교는 빈 교실이나 여유 공간이 없어 어렵고, 농산어촌은 학부모들의 지원예산 부족과 수요자 부담금 증가로 운영이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급한 나머지 빈 교실이 없는 일부 학교는 일반학급을 활용하거나 교사 휴게실을 개조해 쓰고 있으나 돌봄교실은 일반 학급과 달리 난방과 조리시설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 자칫 무리한 공사가 또 다른 부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번에 돌봄교실을 신설·확대하는 학교의 대다수는 3월 중순이 돼야 정상적 운영이 가능하다. 1실 당 1500만 원 정도에 그치는 턱없이 부족한 시설비 지원과 늦어진 예산 지급 시기, 여러 학교가 동시에 시설공사를 추진하면서 개학시기를 맞추지 못한 것 등이 원인이 됐다.
정부는 애초부터 1~2학년 학생을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초등 돌봄교실을 확대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준비 안 된 무리한 정책이라는 현장과 교육단체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수요자가 원하는 내용과 시기를 조절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내년에 3~4학년까지 돌봄교실을 확대키로 한 것은 더 걱정이다.
이렇게 준비 안 된 돌봄교실의 확대는 또 다른 부실정책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특히 학교 현장을 무시하고, 실적 중심의 양적 확대에만 급급한 정책은 그 결과가 뻔할뿐더러 공교육의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교육은 교육 주체인 교원이나 학교현장을 외면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교육은 미래세대를 위한 소중한 일이자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므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차근히 준비하고 연차적으로 확대해야 좋은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