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시스템․메뉴얼 운용도 결국 사람”
모두의 책임 자각…학교부터 실천을
물질만능, 성적지상주의 근본 개혁도
세월호 참사가 한 달여를 지나는 가운데 일선 교원들도 수많은 희생들이 헛되지 않도록 보다 본질적인 처방과 실천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교육자로서 슬픔을 거두고 제자리로 돌아가 기본, 생명, 인성교육을 다시 시작하자는 다짐이다. 교원들은 “아무리 정교하고 체계적인 제도를 마련해도 이를 제대로 운용하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민주시민을 길러내지 못한다면 헛일”이라는 지적이다.
전영례 광주 신용중 교장은 “총체적인 부패의 난맥상에서 제도적, 기술적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염불”이라며 “법을 지키지 않고 원칙과 기본을 우습게 아는 사회풍토에서 생명을 중시하는 인성교육, 민주시민 육성 등은 소리 없는 외침으로 끝날 뿐”이라고 말했다. 인성교육을 통해 기본이 선 사회를 만들자는 대목이다.
김수운 청주 내곡초 교감은 “생명존중과 올바른 직업윤리를 가르치는 인성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중요하게 강조돼야 한다”며 “또한 안전교육 강화 차원에서 초등교 때부터 수영과 태권도 등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쳐 스스로를 보호할 체력과 규칙을 지키는 습관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과열 입시, 성적 지상주의 풍토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높았다.
이정규 강원 상지여고 교사는 “교총이 스승주간을 애도주간으로 추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성적지상주의 등의 병폐를 뽑기 위해 당연히 교육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항상 탁상공론으로 끝나는 인성교육, 창의교육 등을 현장에 착근시키려면 현 입시제도의 근본적인 변화와 그에 따른 교육과정 개정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 사회가 진정으로 원하는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산 A중학교 교장은 “학교현장이 성적에 온 신경을 쓰다 보니 인성교육 등을 할 시간이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고교 교사는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의 인성, 가치 등을 가르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더 많다. 무너져가는 교사의 권위와 학교가 자기 위치에서 책임감을 다하지 못한 사람을 만든 거라 생각한다”며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힘이 되고 가르침을 주는 교육세상이 왔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아울러 학교, 교원에 대한 그릇된 시선은 거뒀으면 하는 바람도 이어졌다.
경남 B중학교 교사는 “이번 참사에서 교사들은 책임감과 사도정신을 보여줬고 희생도 적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교사에 대한 시선은 가혹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수학여행 준비를 위해 엄청난 서류와 마음고생, 현장지도에서의 어려움과 고통이 극심한데도 일부 국민과 학부모는 마치 교사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놀러가는 정도로 생각한다”며 “다수의 교사는 수학여행 인솔 부담 때문에 2학년 담임도 기피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발 교사의 헌신과 직업적인 소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했으면 좋겠다”며 “그것이 바로 무너진 교육을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피력했다.
이인호 수원하이텍고 교사는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사회, 유착에 의한 부정부패가 만연한 대한민국의 부정적 요소들을 과감히 청산하고 책임자는 엄중 문책함으로써 안전 대한민국을 향한 국가 개조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