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의 갈림길. 교사들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구명조끼를 제자에게 양보했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구조하다가 희생된 단원고 교사들. 교육부가 발표한 ‘단원고 희생․실종 교사 현황’에 따르면 일반인 구조비율(68.%)에 비해 교사 구조비율(14.3%)은 현저히 낮다.
사고 당시 세월호 내 교사 숙소는 4‧5층에, 학생 숙소는 주로 3‧4층에 배치돼 있었다. 상대적으로 탈출이 쉬웠던 위치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의 구조 비율이 낮은 이유는 그들이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3‧4층으로 내려갔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37일째인 22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전수영 단원고 교사의 발인이 엄수됐다. 학생 7명과 교사 3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이날까지 단원고 학생 242명과 교사 9명 등 251명의 발인이 완료됐다.
2학년 2반 담임인 전 교사는 5층에서 제자들이 있는 4층으로 내려갔다가 희생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 교사는 사고 당시인 16일 오전 9시 11분 어머니에게 배가 침몰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9시 15분 어머니가 전화를 걸자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었다. 배터리가 없으니 얼른 끊자”고 말하고 나서 10여초 만에 전화를 끊었다. 남자친구와 전화 통화에서도 “학생들 구명조끼를 챙겨야 한다”고만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최혜정 교사는 당시 SNS를 통해 “걱정하지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는 글을 올리고 학생 10여 명을 구출했지만 정작 자신은 변을 당했다. 남윤철 교사 역시 선실 비상구 근처에 있었지만 탈출을 마다하고 난간에 매달린 채 학생들에게 일일이 구명조끼를 던저주며 구조 활동을 했다. 학생들을 갑판으로 올려 보낸 후 남은 학생들을 위해 배 안으로 들어간 남 교사는 결국 선체 후미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이밖에 5반 담임인 이해봉 교사 역시 학생들과 같은 4층을 썼으며 난간에 매달린 제자 10여 명을 탈출시키고 안에 갇힌 제자들을 꺼내기 위해 다시 배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7반 담임인 이지혜 교사도 탈출이 상대적으로 쉬운 맨 꼭대기 5층에 묵었지만 위험에 처한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희생됐다. 발견 당시 이 교사는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고 전해졌다. 8반 담임 김응현 교사, 3반 담임 김초원 교사, 박육근 부장 역시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으나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고창석 교사는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제자에게 준 후 “배에서 탈출하라”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탈출을 도왔지만 아직 실종 상태다. 1반 담임인 유니나 교사와 양승진 인성생활부장도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으나 아직 발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런 소식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천국에 계실 선생님. 사랑합니다’, ‘제자를 사랑하는 숭고한 스승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 등 네티즌들의 추모 댓글이 수백개 씩 달렸다.
한편 교총은 23일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 건의서를 제출하고 단원고 희생 교사들에 대한 순직 인정과 타인을 구조하려다 사망한 학생들에 대한 의사자 선정을 요청했다. 교총은 “학생들을 구하려다 위해를 입고 사망한 만큼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유족의 신청과 소속기관의 조사 및 심의를 거쳐야 하나 사안을 고려해 정부 부처가 제반 서류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