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선거보다 못한 교육감직선제 끝내자”

2014.06.05 14:04:48

정치·시민사회 권력에 진영 대결, 교육 실종
감당 못할 선거비…교육자 실종·비리·줄대기

“직선제 폐지 논의에 정부·국회 즉각 나서라”
교총, 헌법소원 추진

4일 치러진 제6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17명의 제2기 직선제 시도교육감이 탄생한 가운데 한국교총이 “이번 선거를 마지막으로 교육감직선제는 끝내야 한다”며 정부, 정치권에 폐지를 촉구했다. 교총은 “교육감직선제가 진영 논리와 포퓰리즘에 매몰돼 선거 후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높다”며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추진하는 등 본격적인 폐지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교총은 5일 논평을 내고 “이번 선거과정에서 또다시 정치·시민사회 권력에 의해 후보가 난립하고 보수-진보라는 낡은 프레임이 지배하면서 교육자는 철저히 소외됐다”고 평가했다. 정당이 후보를 공천하고 지원하는 여타 선거와 달리 교육감 직선제는 비용과 조직적 운동을 개인에게 지우면서 비리를 조장하고, 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정치·시민사회 권력에 기대게 함으로써 진영 논리에 빠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결국 교육자는 사라지고 정책 대결은 실종될 수밖에 없다”고 교총은 지적했다.

지난 5월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각기 다른 보수 단체들이 30분 간격으로 서로 다른 보수교육감 후보를 지지하며 분열한 일은 대표적 예다. 또한 2010년 서울교육감 선거에 예비후보로 나왔다 중도 사퇴한 A 전직 교장, B 교육청 장학관은 “교육자로서 돈이 연결돼야만 움직이는 선거 현실을 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감 선거가 “공작정치, 과열·혼탁, 흑색선전, 금품비리 등 정치선거보다 더 비교육적인 선거로 얼룩지고 교육계를 선거 후에도 분열, 붕괴시키는 후유증을 낳는다”고 교총은 강조했다.

실제로 2010년 교육감선거에서 후보들은 평균 11억 5600만원을 써 시도지사 후보 평균 10억 5000만원보다 많이 썼다. 이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고 선거 후에는 편법, 보은 인사가 빚어졌다. 그 결과 사후매수죄로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복역하는 등 2010년 이후 취임한 교육감 18명 가운데 9명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감사원에 적발됐다. ‘직선교육감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처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치·시민사회 권력의 개입으로 후보가 난립하면서 ‘깜깜이 선거’도 면치 못했다. 총 72명의 후보가 난립, 이번 지방선거 중 가장 높은 4.2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선거 무관심, 선거 무용론의 원인이 됐다. 지난달 20일 방송 3사가 발표한 후보 지지도조사에서 7명의 후보가 출마한 부산은 ‘모름·무응답’이 45.8%에 달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20~30% 이상이 ‘모름·무응답’을 선택했을 정도다.

이에 교총은 올 초 국회 정개특위에서 다뤘던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의를 정부와 국회가 즉각 재개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동시에 교총은 “현행 교육감직선제는 헌법 제31조 4항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 정신에 배치된다”며 “헌법소원을 곧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안양옥 교총회장은 지난 1월 7일 열린 정개특위의 선거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교육의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가장 실질적인 대안은 임명제”라고 제안한 바 있다. 1월 24일에는 정개특위 간사였던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이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가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민들도 ‘폐지’쪽에 더 기운 상태다. 지난해 3월, 한국갤럽의 국민여론조사(전국 성인남녀 934명) 결과에서 직선제 폐지에 공감하는 비율은 50%, 비공감은 32%였다. 또 올 1월 한국갤럽 조사(전국 성인남녀 1208명)에서도 직선제 폐지 49%, 유지 34%로 나타났다.

‘깜깜이 선거’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직선제 폐지 요구가 이어지고, 올 초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일정 부분 논의가 이뤄진 만큼 교총의 폐지 활동이 기폭제가 돼 다음 선거부터 직선제가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성철 chosc@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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