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교육청, 교장 소집 사실상 강제
“무조건 실시하라는 전달연수에 불과”
“9시 등교는 학교 자율사항이지만 미시행 학교에 대해서는 계속 컨설팅을 하겠다고 말하더군요. 완전 협박 아닙니까?”
경기도교육청의 지시로 18일부터 각 지역 교육지원청이 관내 교장들을 소집해 진행한 9시 등교 협의회가 곳곳서 일방적 지시로 끝나 불만과 항의가 높아지고 있다. 참석 교장들은 “겉으로는 자율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강압하는 자리였다”고 토로했다.
18일 가평교육지원청에서 협의회를 가진 교장들에 따르면 “등교 시각은 학교 자율로 결정하지만 시행하지 않는 학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컨설팅을 나가겠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9시 등교를 반협박식으로 강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컨설팅 내용에 대해서는 9시 등교를 하지 않는 근거에 대한 조사가 포함되며 이는 구체적으로 학생, 학부모 대상 의견수렴 결과, 학교장의 9시 등교에 대한 추진 노력 등을 요구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재정 교육감은 최근 한 방송인터뷰에서 “9시 등교를 9월 1일부터 전면시행할 방침”이라며 “학교장이 달리 정한다면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고교 교장은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컨설팅에서 꼬투리를 잡으려면 얼마든 잡힐 수밖에 없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추진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학교의 자율성과 교장의 권한을 짓밟는 처사에 대해 현장에서 항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교육지원청도 사정은 비슷했다. 파주교육지원청 협의회에 참석한 한 교장은 “교육감님 처음 오셔서 추진하는 정책이니 할 수밖에 없으니까 학부모 대상으로 잘 설득해 달라고 사실상 강제했다”고 말했다.
말만 협의회지 질의나 의견제시도 받지 않았다. 용인교육지원청의 협의회는 일방적 지시로 삼사십분만에 끝났다고 교장들은 전했다. 이날 참석한 한 고교 교장은 “교육감이 학생 건강을 위해 무조건 실시하라는 취지라며 9월1일부터 학교에서 철저히 준비해 시행하라고 하더군요. 질의응답에 대해서는 회의가 길어지니까 메일 등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하라고 했다”며 “교장과의 공론화 과정은 전혀 열어주지 않고 무조건 실시하라는 전달연수에 불과했다”고 개탄했다.
이어 “회의자료에 보면 실시여부를 9월에 보고하라고 돼 있다”며 “안 하는 학교 금방 드러나고 학교평가, 인사고과 등에 뻔히 불이익을 받을 텐데 어떤 교장이 대놓고 안 하겠냐”고 하소연했다.
안양과천 지역의 한 중학 교장은 “이미 공문 내용에 ‘9시 등교 정책이 현장에 안착되도록 학생, 학부모, 교직원에게 적극 안내 및 홍보해 달라’고 방향이 정해져 있다. 금요일에 협의회 일정이 잡혔는데 가봐야 뻔히 9시 등교를 밀어붙일 것”이라며 “교총에서 법정 소송 등 강력히 대응해 달라”고 요구했다.
성남의 한 초등교장은 “이게 단순히 이삽십분 늦추는 문제가 아니다. 연간 교육과정을 다 변경시켜야 하고 방과후 교육과정까지 다 손대야 하는 문제”라며 “이런 걸 왜 전면시행 운운하며 졸속으로 강압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