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현행법률 위반…가이드북 개정”
교사·학부모 등 “대다수 학생 낙인 우려”
‘학교폭력 담임종결제’가 시행 2년 만에 사실상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폐지된다면 학교현장에 적잖은 혼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담임종결제는 지난 2012년 3월 교육부가 욕설, 다툼 정도의 경미한 사안에 대해 담임교사가 교육적으로 계도하며 자체 해결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해 만든 제도로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59페이지에 ‘담임교사가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명시됐다.
그러나 교육부는 올해 초 법률자문을 받아본 결과 이 제도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법률’ 제13조(자치위원회의 구성·운영)에 위배된다며 폐지 방침을 세우고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을 개정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즉, 현행 법률 상 아무리 사소한 사안이라도 학교폭력에 관련된 모든 문제는 학폭위에 회부돼야 한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교육부는 “피해학생에게 신체 정신적 또는 재산상의 피해가 있었다고 볼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만 담임교사 또는 학교장이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성립하는 것으로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존 안에서는 필수가 아니었던 ‘객관적인 증거’가 추가되면서 현장에서 자체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 현저히 위축된다는 게 교사들의 반응이다. 따로 떨어져 있던 각각의 기준이 하나로 묶이는 바람에 담임의 역할에서 상당한 제한이 걸린 것이다.
한 담임교사는 “사실 지금도 학교폭력에 대한 담임의 권한이 위축된 상황인데, 여기서 더 제한되면 안 된다”며 “대다수 아이들이 학폭위에 회부돼 많은 아이들이 학교폭력 가해자 낙인이 찍힐 수 있어 교육적으로 좋지 못하고, 생활지도 담당 교사들은 업무폭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조정실 회장도 “현실적으로 담임종결제가 필요하다. 학교폭력을 법적으로만 풀려고 하면 건당 최소 몇 개월씩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한 반에 함께 수업 받는 당사자 아이들은 또 다른 갈등을 겪을 수 있고 이에 대해 담임도 개입하지 못하면 학급 분위기는 망가진다”며 “다만 학폭위에 회부될 내용까지 담임종결제로 마무리 지으려는 시도가 문제가 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만 보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이번 개정안이 ‘교육기관이 법집행기관이 되면 안 된다’는 일부 진보교육감들의 반대의견으로부터 나온 것으로도 알려져, 현장경험 없는 직선제 교육감의 폐해에 대한 논란도 가중될 전망이다.
이에 한국교총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선영 교총 교권본부장은 “현행 담임종결제로 싸움, 욕설 등 경미한 사안을 처리하더라도 피해자가 원하면 학폭위에 회부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며 “관련 법률이 문제면 개정이 우선돼야지 현장에서 잘 운영되는 제도를 손대 교사 권한을 위축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교총 입장을 받아들여 법률개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지웅 교육부 학교폭력대책과 사무관은 “담임종결제가 현실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12월쯤 법률작업을 착수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국회 통과를 목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