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교사·학부모 위한 생활·학습지도서
“대신 해주지 말고 스스로 익히게 해야”
적응 속도 각자 달라…공평함 알려주자
복잡한 화장실에서 쉬는 시간 10분 안에 볼일 마치기, 수업 시간 40분 동안 선생님 말씀 듣기, 칠판 앞에 나와 씩씩하게 발표하기, 준비물 챙기기….
난생 처음 ‘작은 사회’에 들어간 초등 1학년 아이들은 스스로 해야 할 일도 많고 혼자 감당해야 할 일도 많다. 그래서 ‘학교 가기 싫다’며 울기도 하고, 친구를 사귈 줄 몰라 외톨이가 되거나 가만히 앉아 있는 게 힘들어 교실을 돌아다녀 교사와 학부모들을 적잖이 당황시킨다.
교직 생활 17년 중 절반 이상을 1학년 담임으로 지낸 현직 교사가 1학년생들의 속마음을 소개하는 책을 출간했다. 김지나 경기 광명남초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초등 1학년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웃음을 자아낼 만큼 귀엽고 역동적이지만 가끔은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해요. 학교라는 낯선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여덟 살 아이들의 긴장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죠.”
‘초등 1학년의 사생활’은 김 교사가 그동안 만난 아이들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쓴 까닭에 교실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다. 그는 “교실 속 아이들의 모습은 집에서 보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며 “부모님들에게 1학년 교실의 풍경을 직접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과 아직 교실의 다양한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초임교사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집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책은 1학기 초‧말, 2학기 초‧말로 나뉘어 각 시기별로 나타나는 특징적인 모습들을 실었다. 예를 들어 학기 초 준비물 검사를 하면 ‘엄마가 안 챙겨줬어요’, ‘엄마가 잘못 넣었어요’와 같이 아이들이 ‘엄마가’를 자주 입에 올린다는 것이다. 그는 “이럴 경우 ‘엄마가’는 아이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며 “스스로 챙기는 버릇을 들일 수 있도록 ‘엄마가’를 금지어로 정하고 엄마가 챙겨주는 것은 부끄러운 것임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처음엔 부모가 함께 도와주며 시범을 보여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아이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책 곳곳에 마련된 ‘여기서 잠깐’이라는 코너에서는 다양한 상황 속 아이들의 심리를 명쾌하게 풀어냈다. ‘야, 조용히 해’를 외치는 아이들의 마음은 무엇일까. 같은 말이어도 이 말을 외치는 아이들의 의도는 각기 다르다는 것이 김 교사의 설명이다.
“반장이 된 것 마냥 친구들 위에 군림할 기회로 삼는 아이도 있고, 제일 시끄럽게 떠들다가 선생님이 오시면 이 소리를 외쳐 지금까지의 잘못에 대한 면책권을 얻으려는 경우도 있죠. 우는 아이들은 또 어떨까요. 이중에는 ‘친구를 혼내 달라’는 의미, ‘관심 받고 싶다’는 투정, 그저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울음 등 다양한 의사가 담겨있답니다.”
김 교사는 “아이들마다 신체발달, 언어 구사력, 상황 대처능력 등에 차이가 커 학교에 적응하는 속도도 다 다르기 때문에 진정한 공평함을 가르쳐야 한다”고 밝혔다. 눈이 나쁜 아이를 앞자리에 앉게 해주는 것과 같은 이치로 무엇이든 똑같이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살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초등 1학년은 1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를 겪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이 학교 적응 기간 동안 자신이 했던 실수를 잊는다는 것이죠. 마치 자신은 처음부터 학교에 잘 적응했다는 듯이 말이죠. 종업식 날이면 1년간의 변화와 성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요. 이 책을 덮을 때 즈음, 자녀를 학교에 처음 보내고 불안한 마음을 달랠 길 없었던 부모님들의 걱정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길 바랍니다.”